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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작가 Sep 11. 2022

변화무쌍 제주 날씨

같은 제주가 맞아?

어제 저녁 일찍 잤다. 오늘 오전 카트를 타기로 마음먹고 두 곳을 미리 예약해뒀다. 딸아이랑 한번 같이 타보는 게 소원이었다. 아이랑 아빠랑은 탔어도 나랑 아이랑 타본 적은 없었던 터라, 이번만큼은 꼭 아이와 함께 타보고 싶었다.


어제 저녁부터 날씨를 검색했다. 어제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했고 저녁 되니 퍼부어서 오후랑 저녁 나들이 계획을 모두 취소해놓은 상태라 11일인 오늘은 다행히 비 소식이 아닌 흐림이길래 열심히 부랴뷰랴 관광객 모드로 카트를 예약해뒀었다.


어제 아이가 12시까지 공부를 하고 늦게 잔 걸 알고 있었지만 카트 타러 가자고 아침일찍부터 깨웠다. 차에서 자라고 말하며.. 그리고 드디어 출발, 가다가 갓 나온 꽈배기 도넛도 하나씩 사서 먹으며 갔다. 너무 맛있어서 아침에만 먹을 수 있는 따끈한 빵맛에 행복하다며 미소 지으며 즐거운 출발을 했다.


40분 정도를 가야 하는 거리였는데 12분쯤 운전했을까.

"띠링띠링"

우천으로 인해 오전 카트 운행을 중단한다는 안내 문자였다. 두 곳 중 한 곳은 전화를 해서 문의하니 현재 비가 조금 내리고 있고 현재 운행 중이긴 하지만 비가 내리는 정도에 따라 중단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중에는 카트를 타더라도 옷과 신발 양말 등 모두 젖을 수 있어 여벌의 옷이 필요하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중간 갓길에 차를 세워, 10분을 고민했다. 계속 가야 할까,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까를..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가득했고 아직 비가 많이 내리고 있지는 않았다.


"그냥 가보자! 여기까지 왔는데.. 비가 오면 근처 카페라도 잠시 가 앉아 있지 뭘~"

결국 다시 출발했다. 다행히 비가 내리고 있지 않았다. 하늘을 보니 곧 비가 내리긴 할 것 같긴 했다. 드디어 도착~! 그리고 3분도 채 안 되어 빗방울이 엄청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그냥 막 퍼부었다. 차에 앉아 내리려던 우리 둘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래, 그 다른 한 카트장에서 미리 중단 안내 문자가 온 것을 보면 운영을 못할 게 맞을 것 같아. 그런데 지금 이 비를 맞으며 타는 사람들도 있네! 저기를 봐! 비 맞고도 타네!"


하지만 우리 둘은 비를 맞으면서까지 타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돌아가자." 아이가 더 집에 가자고 했다. 이런 날씨에 타는 것은 무리라고.. 비가 너무 퍼부어서 앞이 안 보일 정도가 되자 운전을 바로 하지는 못하고 잠시 비가 조금 그칠 때 차를 움직여 출발하자고 했다. 한 10분을 차 안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 빗방울이 조금 얇아지길래,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안에 기념품 샵이라도 구경 한번 하자고 해서 잠시 차에서 내려보기로 했다.


이제 막 카트를 타고 내린 여행자들은 비를 흠뻑 맞고 더러 몇 명은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비를 맞은 상태에서 에어컨이 빵빵하게 켜져 있는 카페, 기념품 가게로 들어오니 제법 춥기도 했을 것 같다. 이런 날 정말 카트는 무리겠다 싶었는데 조금씩 맑아지는 게 아닌가. 10시 예약을 했는데 30분 정도 지나니 카트를 타고 싶은 사람들이 비가 그치길 바라면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 잘하면 탈 수도 있겠다!

한 10분 더 기다렸을까?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우리도 대기 없이 바로 탈 수 있었다. 분명 비가 내려 못 탈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나게 실컷 타고 오는 길에 카트를 탄 일이 꿈만 같이 느껴졌다. "우리가 정말 탔네! 엄마는 소원 이뤘어.. 이제 집에 가도 되겠다. 오늘 카트 탄 일이 정말이지 꿈만 같다~" 몇 번을 말했다. 날씨는 다시 맑아져 기분 좋게 집으로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근처 '산굼부리'가 눈에 띄었다. 맑아지고 있어 '우리 좀 더 걷다가 갈까'하고 아이에게 물으니까 '엄마, 오늘 날씨가 걷기엔 질퍽거려서 무리일 것 같아요. 다음에 날씨 좋은 날 다시 나와요.' 했다. 솔직히 엄마가 우리 집에 와 있다는 전화를 받지만 않았어도 무리해서라도 '산굼부리'까지 구경하고 왔을 것 같다. 그런데 엄마가 우리 집에 와 있고 오후에 나랑 어딜 좀 갔으면 하길래 아이말처럼 집으로 바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 산굼부리를 지나는 순간, 다시 빗방물이 굵직하게 자동차 위를 내려꽂듯이 엄청나게 강한 기세로 퍼붓기 시작했다. 카트장에서 내리려고 할 때보다 더 센 빗줄기였다. 순간 지난번 뉴스에서 봤던 홍수가 떠오르면서 차가 잠기나 싶을 정도로 웅덩이들이 생기고 매섭게 운전하기 힘들 정도로 비가 내렸다. 당황할 정도였다. 한 10분 정도 내렸을까.. 총 운전 거리가 40분 중에 10분 흐림 맑아지려는 느낌, 10분 그럭저럭 날씨, 다시 10분은 매서운 비, 나머지 10분은 해맑음... 그 굵은 빗줄기를 뚫고 집으로 거의 오기 전 10분은 더욱 놀랐다. 바닥에 빗방울 자국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았다. "여긴 비가 오지 않았네!" 집에 주차를 하는 순간은 더 당황스러웠다. 비가 온 흔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햇살이 너무 뜨거웠다. 차 안에 둔 젖은 우선을 펼쳐 말려놓으려는데 다시 한번 둘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우리 같은 제주에 다녀온 게 맞는 거지?

한 세 나라를 구경하고 온 것 같은데!!


아이가 한 마디 더 했다.

"엄마, 지구는 훨씬 넓은데 그러니까 빙하랑 사막이랑 더 다양한 기후가 있는 거겠죠?"

그래, 맞는 것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도 블랙홀일지 몰라요!"

확대해서 사고하고 매우 거창했지만 오늘 저녁은 날씨 하나로 우주까지 들여다본 신기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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