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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작가 Sep 18. 2022

일요일 오전 끄적끄적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일요일 휴일인데도 출근 시간 맞춰 눈이 뜨이네..

- 이런...


나이가 들다 보니 좀 그런가?! 아니, 어느 정도 연륜이 생기면서 세상 일에 영원히 좋은 일 없고 그렇다고 영원히 나쁜 일 없음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을 실감한다. 그러니 이 눈 뜨임도 다양한 면을 가지고 영향을 줄 것이니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둘 다에 해당되는 일인 것 같다.


어제 잘 쉬어서일까. 오늘 아침 5시 반이 되니 눈이 뜨였다. 30대까지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주말에 피곤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리곤 9시까지는 푹 잔 것 같다. 40대가 되면서 조금씩 약간의 아침형이 되어가는 것 같더니, 이제는 완벽한 아침형 인간이 된 것 같다.


옆에서 아이는 쿨쿨 자고 있다. 지난 주말에 등교시간 맞춰 깨웠더니 오전 내내 컨디션이 안 좋아 보며 이번 주말부터는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그냥 두기로 했다. 주말에라도 밀린 잠을 좀 자라고.. 그럼 스스로 알아서 (내 예전처럼) 9시에서 10시 사이에는 일어나는 것 같다. 내 출근 시간과 통학거리 때문에 나만큼이나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는 아이다. 나와 학교를 함께 다니는 꼴인데 나보다 학교를 먼저 등교하게 되는 상황이다. 아이를 먼저 데려다주고 내가 출근하기에... 오늘만큼이라도 푹 재워줘야겠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니 더더욱~!


오늘 아침에는 가장 부지런한 택배 아저씨의 물건을 받기도 했다. 이 분은 한결같이 새벽 6시면 오신다. 주문했던 신발, 구두가 등 세 상자나 왔는데 기분이 좋았다. 난 쇼핑을 인터넷으로 한다. 코로나 상황이 내 인터넷 쇼핑을 더 부추긴 것 같다. 그리고 알았다. 인터넷이 저렴하다는 것! 그래서 참 마음에 든다. 제주는 물건 값이 무척 비쌌다. 내 초등, 중등, 고등 시절만 해도 서울처럼 백화점은 없었고 시장에서 별것 아닌 신발 하나 사는데도 지금 보다 비싸게 돈을 주고 샀었다. 이제는 인터넷으로 값도 공유가 되고 서울 오가는 일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니 물건을 쉽게 그리고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타 지역에서 제주에 온 분들에게 많이 질문을 받아봤던 것이 "제주에선 어디서 옷을 사요?"였다. 신기하게 쳐다보는 눈빛으로! 언젠가 서울 백화점에 갔을 때 물건이 예쁘게 잘 정리된 것들을 보고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휘둥그레졌던 때도 있었다. 문화적 차이가 불러온 충격이었다. 특히 백화점 안의 VIP룸 같은 곳은 더더욱 충격이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음에.. 그리고 명품 브랜드를 꿰뚫게 되는 것도 요즘의 일이다. 역시 신기할 뿐이다.


어쨌거나 오늘 받은 신발들 총 3개 10만 원 내외의 것은 대만족이다. 지금 신기에 딱이고 이걸 매장에서 사러 가면 한 켤레 10만 원은 줘야 할 것이다. 인터넷 쇼핑의 고수가 되는 것 같다. 학교에서 신을 슬리퍼용 구두 뮬이라는 것과 여성용 구두 그리고 캐주얼 단화 이렇게 3개를 구입했는데 너무 많이 샀나, 하다가도 쓰임새가 달라 이번 기회에 묶음 배송으로 주문하면서 모두 신어보기로 했다. 25년 전에도 구두 하나에 10만 원 이상을 주고 샀었던 것을 기억해보면 물가가 올라 대부분의 가격이 다 올랐는데 내가 느끼는 옷과 신발에 대한 물가는 오히려 내린 것 같다. 그것도 많이...


이렇게 "신나" 하고 있을 때쯤..

또 다른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학교에서 가르친 '환경오염'문제와 그 심각성... 옷도 필요한 만큼만, 신발도 필요한 만큼만, 뭐든 절제된 소비가 그 해결방법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글, 비문학 지문의 내용이 떠오른다. 이 둘 사이에 내 생각이 멈춰 섰다. 필요한 것만 꼭 필요한 것만 소비하자. 신발  세 켤레에 갑자기 부자가 된 것처럼 느끼다가 순간 죄인처럼 자랑을 못하게 되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오늘 일요일 오전이다.


태풍이 온다더니 아직 비는 내리지 않고 흐린 날의 일요일에 글을 끄적이고 읽고 싶은 책을 열어볼 생각이다. 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더 좋은 일요일, 오늘은 마음 가는 대로 편안한 하루를 계획해볼 생각이다. 숲 속에 와 앉아 있는 느낌이 참 좋은 우리 집에서 오늘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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