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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작가 Feb 07. 2023

한국 무용 입문기

하나

고민이 시작된 건 2014년 제주대학교 평생 교육원 한국무용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였다. 일반인을 상대로 몇 개월 간 수강 후 지도자 과정에 입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음치 박치 길치 몸치 * 지금은 그나마 많이 좋아짐*

치는 모두 달고 있다고 생각한 내가 고민 중에 있을 때 친구가 미술심리치료 지도자 과정을 권유해서 한국무용 과정을 잠시 미루고 심리학을 먼저 이론부터 공부하게 되었다. 심리학을 배우면서 남편과의 돈문제 경제적 문제로 부부상담 아이상담도 이어갔고 문제가 풀리는가 했는데 상담을 해주셨던 교수님이 제주를 떠나 강원도로 가시면서 아이러니하게 아이아빠는 나와 지켜야 할 선을 지키지 않더니 2017년부터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그후로 한국무용은 영영 내게 잊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제 우연한 기회에 전직 한국무용 교수님이 운영하는 곳을 알게 되었고 거리가 멀어 갈까 말까 고민하던 와중에 기분 좋은 끌리는 메시지를 받고 용기를 얻고 드디어 새로 시작하게 되었다.


가기 전까지는 참 설레고 들떴다.

내 차도 들떴는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갑작스럽게

최종 목적지 5백미터 정도를 앞두고

엔진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가 급발진하려는 기세로

차가 덜덜덜 떨리면서 겨우 겨우 운행하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미리 가서 여유롭게 상담실장님과 편안히 대화하고 싶었는데 수포로 돌아갔고 첫수업이 시작되면서 집중은 60퍼센트만 되었다. 밤9시 30분에 끝나는데 차를 견인해갈 공업사가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상황을 알고 있으신 교수님과 상담실장님이 따뜻한 차를 대접해주셨고 여러 이야기를 덕분에 나누게 되었다.


내 소중한 딸아이와 함께 가지 않았다면 더 놀라고 당황했을 것이다. 여전히 아이같지만 때론 나보다 어른스럽고 침착한 딸아이가 내가 “한국무용 일주일에 한번인데 운동겸 스트레칭겸 같이 한 번 해보지 않을래?” 지난번 발레는 단호하게 “아니”라더니, 이번엔 순순히 나를 따라 수업에 엄마와 딸로 참여하는 걸 보면서 오늘 “똘똘이”라는 애칭, 별칭도 생겼고 새로운 경험에 매우 흡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엄마로서 아이와 무엇을 함께 배울 수 있다는 게

공통 관심사가 생긴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원래, 내 스타일이

하루에 하나 큰 설렘 정도 간직할 수 있는 그릇인데

어제는

우리학교에서 새로운 부장 교사가 되었고

자동차 엔진 경고등이 처음으로 떠서 놀랐고

취미생활로 한국무용을 아이와 함께 접하는

여러 일들이 한번에 생겨났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냥 일어났구나

할 때도 있지만 어제는 좀 더 스페셜한 날이었기에

괜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어제 무용 강습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새로운 분들과 만남은 없었고

집에서 그저 편히 저녁을 보내고 있었겠지?

글이나 좀 쓰면서?


근데 가만 돌아보면

수요일 장거리 운전을 앞뒀을텐데

그때 일이 난 게 아니라

어찌보면 천만다행일수도


자동차가 우리 붕붕이는 때로

우리말을 알아들어 뭔가 영혼이

들어왔다갔다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이

접촉 불량인지 모르겠지만

네비가 몇 개월씩이나 때로 나갔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들어오는 것을 보면

이 차는 대답해주고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얼마전 네비는 정신이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새로운 한국무용 기본동작을 익히는 과정은

한마디로 이미지를 떠올리며 감정을 표현하고

보일듯 말듯 성급하지 않게 섬세하게 동작하고

차분히 호흡하고 때론 그 호흡을 다스리는

행위종합예술이었다.


그림이 평면에서 입체를 그려낸다면

무용은 공간에서 입체를 표현한다.

물감 등의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내 몸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다.


<자유로움>이란 말에 생각에 울컥할 뻔 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얻은 게 자유로움 같아서…

내 억눌렸던 감정이 잘 녹아 무용으로도 승화되기를 바라면 욕심이려나? 살풀이라도 배워야할까? 푸훗~! ^^ 예술은 멀고도 쉬운 인체생활과학처럼 느껴진다.

새로운 취미생활의 이 방향은 결국 내가 쥐고 있기에 천천히 한발자국씩 조심스럽게 즐기며 내딛어보려 한다. 지나치게 바쁘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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