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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작가 Feb 11. 2023

공부는 네가 할 수 있을 만큼만..

딸에게 1

제주의 겨울

12월쯤이었을 게다.

수학 점수 60점을 받아온 중1 딸아이에게

좀 많이 실망했던 때..


학습적인 부분에서는 사교육 도움 없이

스스로 공부하고 있는 아이 그럼에도

똑똑하고 야무지다고 듣고 있는 아이

수행평가는 전부 거의 100점

지필 평가 수학 기말고사만 60점 하나

솔직히 수학 시험지를 보니 왕년에 공부 좀 했다는 나도  풀기 어려운 문제가 많았다.

그런데, 그래도 그렇지, 하면서 나도 모르게 아이를 다그치기 시작했던 것 같다. 평소보다 까칠한 톤으로..


- 지금부터 공부 열심히 해둬야 해!

- 나중에 후회한다!

- 이런 점수로는 좋은 대학 가지 못하는데..

- 미리 예습도 좀 하고, 복습도 꼼꼼히 하고..

- 어려운 문제도 풀 줄 알아야 해!

- 오늘 공부 좀 했니?


이혼하고 아이를 양육하면서 아이를 더 잘 키우려고 노력했다. 새로운 소개팅도 들어왔지만 때가 아니란 생각에 바로 노,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하는 말도 더러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있었다. 뭐든 감추는 것보다 아이도 하나씩 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기에 함께 상처를 고통을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고비고비를 어떻게든 넘어오다 보니 때때로 서로 부둥켜 울어도 보았고 이겨내고 나서야 웃으며 돌아보고 이런 일도 있었지, 하게 되었다. 다행히 말귀를 알아듣는 초등학생이었기에 함께 힘듦을 많이 이겨내기도 했다.


이렇게 잘 커준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도 잠시 나는 엄마가 아닌 학부모가 되었고 학습적인 면에서 더 잘 키우고 싶어 자꾸만 다그쳤는지 모르겠다.


결국 “공부하라”는 말이 표현만 다르게 반복적으로 듣게 되니, 아이도 결국 화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한바탕 했다.


또한 결국, 내가 졌다(진심으로 사과함~ 엄마의 욕심이었음을..). 아이는 내가 생각하는 공부 벌레가 아니었다. 지금 입시 현실에서 서울대 갈 만큼, 혹은 의대 갈 만큼의 공부 벌레는 아니다.


아이가 얘기했듯이

자신은 지금의 행복을 찾고 싶단다.

그게 무엇일지는 계속 고민하고 찾아보는 중이란다.

똑 부러지게 말하는 아이를 보고

난,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 그래, 딱 네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네가 행복할 수 있을 만큼만 알아서 해주면 좋겠구나.


그 후로 두 달 겨울방학, 학습 공부 관련해서는 잔소리하지 않고 있다. 하고 싶다는 것, 보컬, 스케이트(사실 스키를 더 좋아라 하지만 이곳 제주에 없어서..), 한국무용, 기타 연주 등 예체능 쪽으로는 취미로 조금씩 해보고 있다. 내가 권했더니 흔쾌히 모두 오케이~, 국영수과사 등 가르치는 입시 학습 관련 학원은 권했더니 노~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다고 지금은 학원에 있는 시간이 아깝다고. 내 권유로 갈 뻔했으나 바로 열나고 아픔, 그래서 가지 않기로 한 적이 딱 한 번 있다.


그랬다. 순리를 따르기로! 억지로 해서 되는 건 없다. 되더라도 오래가지 않는다.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고 있는 아이이기에 조금 더 천천히 기다려주는 엄마의 마음이 필요할 것 같다. 아이가 스스로 찾아보고 있다니 이제 정말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스케이트를 타고 오더니

내가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들어와서는 바로 학습 모드


점점 엄마의 역할이 다른 역할로 옮겨가는 것 같다. 특히 아침밥을 영양가 있게 다양하게 차려주면 엄청 좋아하는 것 같다. 필요한 학습자료가 있다고 할 때 제 때 사러 같이 다녀와 주는 일 등, 아이가 이제는 뭐든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지난 7년 간 홀로 아이를 키워왔던 나 자신을 토닥토닥거리게 된다. 이제 많이 키웠네~! 잘 키웠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응원해 주기로~

힘든 일을 이겨내는 법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엄마의 욕심이 아닌

아이의 흥미와 적성을 따라가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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