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시작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맘에 든 건물이 있었는데
마침 1층이 빵가게였다.
자주 가다 보니
설계자가 어떤 분인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참 궁금했다.
만나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우연히 설계사무실을
인터넷으로 알아보다가
- 여기, 나랑 맞겠다!
하고 느낌이 있는 곳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이곳이 바로
내가 자주 가던 빵집 설계자 분이었다.
건축 대상을 받은 이력이 있으시기도 했다.
처음 설계사무실에 찾아갔을 때
허름했고 정리정돈이 되어 있지 않았다.
- 그곳이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하지만 이 설계사 분,
소장님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하셨다.
이 소장님과 대화를 몇 분만 나눠봐도
- 옳거니!
- 참 대단하시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건축 철학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섬세하게 아이를 위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또 한 번 나에겐 감동이았다.
- 1억으로 집 지으려 해요.
놀이터 같은 공간이어도 좋으니
아이에게 초점을 맞춰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 1억으론 힘들 텐데.. 들어보니,
최하 30평 정도, 세금, 울타리, 기초 공사 등 하면 2억 정도는 있어야.. 부수적으로 돈이 꽤 들어가요.
- 잠자는 공간 외로는 건축 비용이 많이 들지 않게 설계해 보고 싶어요.
- 그럼 벽 한 면은 아이가 그림 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뭐, 이런 식의 대화도 오갔다.
결국 완성형 보다 움직이는 공간으로 컨셉이 잡히는 듯했는데, 미완성처럼 느껴질까 봐 소장님은 걱정하셨고, 그래도 예술적인 건축으로 재미있게 설계해 보고 싶다고 하셨다. 연못도 만드는 거 어떠냐고 하셨다.
물론 집터를 가장 먼저 오고 가셨다.
내가 짓고 싶은 집에 대해서
원고를 받으시더니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다.
그러고 나서 상담을 두어 번
몇 시간이나 하는데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으셨다.
그러다 진지하게 시작하려니,
일반 설계하는 곳보다 반이 더 비쌌다.
우리 상황을 알고 있으셨고
특별히 저렴하게 해 주신다고 하셨는데도
설계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예산이 1억인데, 살계비용으로 10% 이상을 쓰려니
한 달 이상을 고민했던 것 같다.
소장님은 돈이 부족하면
집 완공 후에라도 지불하라고 배려해 주셨지만
빚지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아 내키지 않았다.
결국 결정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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