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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작가 Nov 09. 2023

양육 일기

나에게도 이런 일이?! 교복 치마 일

아이가 교복 치마를 세탁소에 맡겨 길이를 줄이고 단을 박아주란다. 예전 아주 오래전 내가 입던 교복 스타일이 기본으로 나오는데 이번 2학기부터 학교 규정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차라리 처음부터 디자인을 바꿈 좋겠는데 그건 아니고 선택적으로.. 조금 촌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그냥 입고 다녀주면 안 될까, 이게 내 속마음이었다.


무릎 위 5cm 길이감

통 줄이기 금지

단박기 허용


내가 학교 선생님이지만

우리 학교 고등학교 교복 규정은

매우 매우 깐깐하다.

당연히 단박기도 금지다.

하교 시 체육복도 안 되며,

재킷 위로 외투를 입어야 한다.


우리 애가 다니는 학교는 체육복도 허용하고

우리 학교에 비해서는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다.

그게 사실 옳아 보인다.

그러면서도

오늘은, 순간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나 싶어

담임 선생님께 전화하고 확인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는 곧 교장 선생님이 되실 교감 선생님이 교복 바르게 착용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얼마 전에도 교무실 선생님들에게 “다 같이 지도하세요, 교복 바르게 입고 다니게!”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우리 아이가 불편해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기에 내가 가끔 모른 척 넘어가는데 나를 보시며 말씀하시는 것처럼 사실 뜨끔하기도 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반드시 순서대로 교복을 빠짐없이 똑바로 잘 갖춰서 입어야 한다.


돌아보면, 제주처럼 바람이 세게 그리고 자주 부는 날이 많은 이곳에서의 학창 시절~ 내게 교복은 썩 기분 좋은 옷으로 기억되지는 않는다. 때론 치마 때론 바지가 편한데 언제나 너풀거리는 치마만을 입어야 했다. 바람에 치마가 날리는 것을 생각하면 단을 박는 것까지는 좀 이해가 되는데 스판끼 없는 교복에 단을 박으면 걷지를 잘 못하게 되니 결국 길이까지 짧아지게 수선하게 되는 것이다.


내 아이도 그런 치마를 입고 싶어 하다니, 한참을 생각했다. 다행히 아주 짧게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 기준엔 짧다.


인상 좋은 세탁소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나에게 아이를 이기려 하지 말라고 부드럽게 얘기해 주셨다. 집에 딸도 단을 박아달랬는데 안 해주니까 다른 곳, 집 두고 다른 세탁소에 가서 몰래 더 이상하게 박아 입고 있더라고… 그래서 다시 수선을 직접 해주셨다고 하셨다.


다 그런 건 아닐 텐데, 예뻐 보이고 싶고, 예뻐 보이는 것이 뭔지 자기네들 기준이 따로 있다는 게 … 엄마 입장에서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그래도 가장 우선은 학교 교칙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


이 치마가 몇 번 뽄부리기용으로 입다 버려질지

학교 선생님에게 혼나지 않음 쭉 입겠지만,

곧 키가 크면 무릎 위 7cm 정도로는 보일 수 있어

길이감이 살며시 걱정되긴 한다.


세탁소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오랫동안 고민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친절하게 기다려주시면서 딸 얘기해 주신

인상 좋은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가 자꾸 떠오른다.

딸아, 몸도 정신도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 거 맞지?

2023 가을 - 중2 아이는 이렇게 무섭게 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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