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오늘의 시
스며드는 것(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는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안도현 시집 '간절하게 참 철 없이' 중 2004년
* 주제를 바탕으로 오늘의 생각거리, 키워드
1. 삶과 죽음
2. 모성애
3. 생명의 소중함
* 선생님의 1분 생각
이 시를 처음 접했던 고등학교 시절, 무척이나 깊은 울림이 있었다. 먹먹해졌었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시를 종종 찾아 읽게 되는데, 엄마가 되고서 더더욱 그 울림은 묵직하게 와닿는다. 간장게장을 담그는 과정에서 꽃게가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상황을 상상하며 이 시를 감상하면, 죽음을 앞둔 절박한 상황의 꽃게가 뱃속의 알까지 껴안으려는 모습에 울컥해진다. 생각이 많았던 내가 생각을 많이 덜어내어 점점 가벼워지고 있지만, 분명 "엄마"라는 단어는 살아가면서 여전히, 그리고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