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연수
오늘 아침에 눈을 떠서 든 생각이다.
과연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뭘까?
방학하자마자 지난주에 70 평생 부산 땅 한번 밟아보지 못했다는 제주토박이 어머니 모시고 부산 여행 다녀와서 이틀 정도 주말 쉬고 오늘부터 그림 수업을 받고 있다.
갑자기 어머니의 삶과 아침에 든 질문이 오버랩된다. 나는 마흔이 되어서야 나를 사랑하기로 마음먹고 내 멋대로(?) 살고 있다. 내 삶이 아닌 내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아왔던 나 자신에 대한 보상심리는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방학 중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그림 연수를 받으면서(사실 이런 혜택 처음으로 누린다, 내돈내산 스타일이라 지난번에 잠시 배운 그림에서도 돈을 꽤나 썼다.) 이런 창조적 활동도 나를 알아가기 위한,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의 선이 곧바르게 그려지면 그게 내 모습이고
그림의 선이 구불구불 올곧게 그려지지 않아도
그건 내 모습니다.
내가 나를 알아차리면 그것으로
나를 사랑하는 법이 아닌가 하는 결론이 방금!!
어머니는 역시나 남편을 위한 자식을 위한 손자 손녀를 위한 삶만을 주로 살아오셨다. 그 나이대 삶의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더 그렇게 살아오신 분이시다.
자신을 꾸밀 줄도
자신에 대해 표현하는 것도 많이 서툴다.
“하~~”
나 역시 그런 어머니와 정반대 아버지의 모습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갈등이 있었고
결국 많은 시간을 어머니에게서 배웠고
그러다 아버지의 삶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부산에 한 번도 못 가봤단 이야기를 듣고
바로 여행 계획을 잡아 다녀왔는데
퉁퉁 부은 어머니의 디리 발목을 보고 너무 놀랐다
아프다고 한마디 않고 걸어 걸어 다니신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오늘 이른 아침에 옷선물을 가져다 드리면서
아버지의 옷맵시를 잡아주고
변함없이 아침상을 떡하니 차려드리는 모습을 보며
눈뜨고서 떠오른 질문은
계속 내 주위를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게 뭘까?
오늘 그림을 그리면서 난 자꾸만 맘처럼 그려지지 않는 삐뚤어진 선들을 보면서 처음엔 왜 잘 안 되지? 조급해지고 긴장하고 그러다 마음이 놓이면서 이게 내 진짜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런 그림이지만 난 정갈한 그림보다 갑자기 그 삐뚤삐뚤하고 투박한 그림에서 더 매력이 느껴지는 묘한 경험을 했다. 이게 바로 나를 사랑하는 마음 같다!
어머니는 어제 저녁 허리 통증을 호소하셨다. 아마 디스크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병원을 좀 알아봐 주라고 말씀하셨는데 아픈 걸 엄청 참아내시는 분이시니 그 정도면 아마 나는 감당할 수 없는 통증일 것이다.
어머니는 어머니 자신을 스스로 사랑할 줄 모르시는 걸까? 나름 삶의 방식이셨을 것 같은데, 지난 세월 자신에게 너무 혹독하게 사신 건 아닌지 마음이 아픈 오늘이다. 난 20대까지 그런 어머니를 본받았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가장 바람직하고 모범적인 줄 알고 살았다. 사람마다 삶의 방식이 다르고 삶의 목적지가 다르다는 것을 이제 안 이상, 내 삶은 새롭게 가치와 방향을 정해 도전하는 마음으로 내 경계를 허물고 있다. 날씨에 따라 비행기 타는 것도 너무 두려워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당연히 들 수 있는 마음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는다. 나의 불안이 다시 내 아이에게 더 크게 전달되지 않기를,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그 “적당히”라는 어려운 균형을 잘 잡아 나를 지독하게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몇 번이고 뇌리에 꽂힌다.
그림 수업을 받다가~~
예술여행에서 서서히
그리고 다시 또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