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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Dec 07. 2021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쥬쥬하리라

모두가 반짝거리는 공주 인형이다.

 미미 인형과 쥬쥬 인형. 어렸을 때 원톱 바비인형을 제외하고 국산 공주 인형 양대 산맥이었다. 사담으로 지금도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옛날보다 발달한 미미 인형과 쥬쥬 인형이 아이들을 홀리고 있더라. 개인적으론 미미든 쥬쥬든 공주 인형이면 이쁘다며 가지고 놀아서 신경 쓰지 않았다. 근래에 이 공주 인형에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특이한 이 글의 제목, 본래 이 구절의 형태는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이다. 공시생의 책상 앞이나 수험생의 필통 안 메모지에 적혀있을 법한 문장이다. 목표는 저 하늘에 있지만, 당신은 땅에 있는 것만 같을 때 그리고 당신이 지금 하는 행동이 나중을 위한 일인지 의심이 들 때 도움이 되는 말이다. 당연히 좋은 말이다. 같은 결의 명언으로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결국 그렇게 된다.’

   

 등이 있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저런 명언들이 싫었다. 괜히 무게 잡는다는 느낌이랄까. 나도 마음잡고 ‘공부’라는 걸 해보겠다는데, 갑자기 무게 잡는 분위기를 만드는 어른 같다. 소위 요즘 말로 ‘꼰대’ 같았다. 다른 친구들은 명언을 이곳저곳 써놓고 동기부여를 받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21살 자퇴생이 된 지금, 이제 와 동기부여를 받기 위해 내 방식대로 명언을 바꿔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도저히 무게 잡는 말로는 사춘기 아이처럼 반발심만 생겨버리니 원….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쥬쥬하리라~’


 사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던 말이다. 미미 인형이 있으니까 뒤에 ‘창대하리라’를 ‘쥬쥬하리라’로 바꾼 유치한 장난이다. 사람들은 장난치려고 바꾼 말이겠지만, 나는 이 말속에서 나름 명언다운 뜻을 찾았다. 시작도 끝도, 거기다 중간도 공주 인형처럼 반짝거릴 수 있단 것이다. 어릴 적 우리가 공주 인형을 바라보던 시선을 생각해보자. 공주 인형을 마치 정말 공주인 것처럼 소중하게 다루고, 아름답다고 여겼을 것이다.


 남들이 당신의 모습을 보고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너의 목표는 너무 높아서 이룰 수 없다고. 너의 시작은 너무 미미해서 끝이 창대할 수 없을 거라고. 혹은 본인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때 공주가 마법을 걸듯 이 말을 떠올려보자.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쥬쥬하리라~’


 감히 말하자면, 당신이 무엇을 이루기 위해 시작하고, 노력하는 순간들, 마무리 짓는 것까지 모두 아름답다. 이 과정은 공주 인형과 같다. 남들이 당신의 모습을 하찮다고 보는 건, 마치 어른이 공주 인형을 하찮다고 생각하는 것과 똑같다. 반면 당신이 목표를 향해 노력한, 가장 진실한 모습은 당신이 가장 잘 안다. 주변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이 티끌 한 점 없이 순수하게 본인의 모습을 생각해봐라. 그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이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공주 인형을 보고 예쁘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올해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당신은 어떠했는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어도 상관없다. 당신은 미미 인형과 쥬쥬 인형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 공주 인형처럼 반짝반짝 빛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연말 선물로 공주 인형을 준다거나 하면 큰일 날 수 있으니 자제하자! 특히 필자 핑계는 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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