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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Dec 08. 2021

산타 할아버지도 혼!자!야!

나도 혼자다!

 먼저 나는 이 가수의 팬이 아님을 밝힌다. 제목은 아이돌 그룹 비투비의 노래 ‘울어도 돼’의 가사 중 한 구절이다. 인터넷이나 TV에는 크리스마스는 곧 커플의 상징, 커플을 위한 날인 듯 묘사한다. 오죽하면 고백하면 크리스마스에 백일이 되는 고백데이가 있고, 솔로로 보내는 크리스마스라는 뜻의 ‘솔크’가 있을까? 물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낭만적이기에 커플과 잘 어울린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매체는 우리에게 계속 속삭인다.


‘너 이번 크리스마스도 솔로지?’


 나도 올해는 솔크가 아닐 거라며, 이를 아득바득 갈고 지냈던 몇 년이 있었다. 그래봤자 어린 고등학생이었다. 매체에선 모두 행복한 커플이 나오길래 나도 행복해지고 싶었다. 길거리에 울리는 캐럴도 ‘나는 이번 크리스마스를 당신과 함께 보내고 싶어요~’를 외치는데, 환상의 나라에 갇힌 여고생은 혹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이 노래를 들었다. 거의 커플을 증오하는 가사로 이루어져 있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부분의 캐럴은 사랑을 속삭이던데? 결정적인 한마디.

   

‘산타 할아버지도 혼자야~!’

   

 그렇다. 선물 주러 밤에 운전하시는 할아버지도 혼자셨다. 산타 할아버지는 들어봤어도 산타 할머니는 들어보지 못했다. 언제부터 우린 크리스마스를 커플의 날로 생각하게 된 것일까. 나는 외칠 수 있다. 그거 다 테레비가 그랬을걸! 조금은...?


 어찌 보면 우리나라는 매체가 어느정도 대중의 생각을 갇히게 함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언론은 크리스마스는 ‘커플의 날’로 만들었다. 광고, 노래, 영화, 드라마까지 크리스마스 하면 죄다 고백하려고 시동을 건다.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커플’이란 속삭임을 불어넣는다. 이것 말고도 11월 11일, 유명한 과자의 날 역시 광고와 언론이 만들어 낸 속삭임이다. 우린 크리스마스를 솔로로 보내거나, 과자를 많이 받지 못하면 실망한다. 왜? 매체에 나온 제대로 된 기념일과 나는 다르기 때문이다.


 기념일에 대한 속삭임만 있을까? 걸그룹의 극단적인 다이어트. 최근 한 걸그룹의 의상을 전시하기 위해 마네킹을 구하다가 성인 마네킹은 너무 커서, 아동 마네킹을 사용했다는 기사를 봤다. 이외에도 걸그룹 몸매관리에 대한 정보는 수없이 많다. 우린 매체에 나오는 걸그룹 다이어트를 따라 하고, 걸그룹 다리와 팔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지 않아 실망하고 우울해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언론이 무조건 잘못했다는 말이 아니다. 기념일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챙기며 사람들이 행복해지면 그 나름대로 이점이 있다. 걸그룹 다이어트가 극단적이지 않고 건강한 방식일 수 있다. 요점은 언론이 만들어낸 이미지와 내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라는 뜻이다.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보냈다고 해서, 내 몸이 걸그룹답지 않다고 해서, 당신은 실패하지 않았단 거다. 내 모습을 어느 틀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순간, 어느새 불행해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본래 내 모습을 사랑하지 못하고 틀에 욱여넣으려고 하면 누구든 상처 입기에.


 사실 나도 이걸 깨달은 건 올해다. 며칠 안 남은 이번 크리스마스는 친한 친구들(예방접종이 끝난)과 작은 방에서(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해)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며 우리끼리(다른 사람과 접촉 없이) 보내기로 했다. 커플이 아니라고 해서 크리스마스를 울적하게 보낼 필요가 없어졌다. 흔한 이미지는 그저 이미지일 뿐, 나는 나다. 전혀 같을 필요 없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니 몇 년 동안 나를 괴롭혔던 속삭임이 사르르 사라졌다.

    

 하지만 큰일은 캐럴이 죄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가사라서 절로 외로워진단 것이다. 흠. 못 알아듣는 팝송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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