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기에 겪는 가장 큰 혼란은 무엇일까? 그것은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는 정체성 혼란이다. 마흔 즈음에 자기 인생을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진다. 내가 잘 살아왔나? 나는 누구인가?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까? 이것이 정체성이다. 우리는 ‘내가 사회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와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이 무엇인지’에서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 즉 좋은 상사, 잘나가는 직장인, 능력있는 남편, 따뜻한 부모, 효자 아들 역할이 나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나 사회적 요구에서 정체성을 찾는 것은 연극배우가 자신의 정체성을 인간 자체가 아닌 무대 위의 인물로 한정 짓는 것 같다.
그러면 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자아 정체성은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확고한 자기 자신의 상’이다. 이것은 타인이나 다른 가치체계에 흔들리지 않는다. 정체성은 ‘내가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내가 어떤 것을 추구하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말한다.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체면을 중시여겨서 항상 남을 의식하며 살아가지만, ‘내 정체성은 내가 나를 주관적으로 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을 의식하지 않는 본래의 내 모습’이다.
정리를 하면, 40대는 인생의 전반에서 후반으로 바뀌는 전환점이다. 전반기 인생에서는 성공과 성취를 추구하고, 후반기 인생에서는 성숙과 인격적인 삶을 원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40대에 이러한 전환점을 맞아 사춘기처럼 정서적 혼돈을 겪는 것이다. 누구나 인생에 한번쯤은 자기 자신을 뒤돌아보며 다시 재정리하는 시기를 겪는다. 역경이 닥치거나, 직장에서 퇴직하거나, 죽음을 눈 앞에 둘 때 자기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40대에 겪는 심리적 위기는 긴 인생의 관점에서 볼 때 성숙을 위한 성장통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40대에 들어서면 ‘직장에서의 성공’과 ‘인생에서의 성공’은 다르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평생 나를 책임져줄 것 같이 충성을 다하던 직장도 얼마 후에는 떠나야 한다. 이 시기에는 직장에서의 성공이 진정한 성공인가 혼란스러워진다. ‘직장에서의 성공은 직위 ‘이지만, ‘인생에서의 성공은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고, 가족과 따뜻한 정을 나누며, 주변과 협조하며 살아가는 삶’이기 때문이다. 마흔 이전에는 직장에서의 성공만 눈에 보인다.
그러나 퇴직한 선배들은 직장에서의 직위는 부질없고, 인생에서의 승리자가 되어야 했다고 후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