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인 '욕망'이 꽃중년을 만든다
몇 주 전에 충무로를 걷다가 퇴직한 직장 상사를 우연히 만났다. 길거리에서 갑자기 얼굴이 마주쳐서 황급하게 인사를 하고 반갑게 말을 건넸다. 그러나 그의 행색이 너무 초라했다.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데도, 후줄근한 옷차림에 얼굴은 거의 노인으로 변했다. 그의 말투는 힘이 없었고, 형식적인 인사만 나눈 뒤 헤어졌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중년기에는 활기가 넘치는 '꽃 중년'이 있는가 하면,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생기가 없고 노인처럼 보이는 이들도 있다. 젊을 때는 누구나 다 비슷해 보이지만, 중년기에는 어떻게 관리해왔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확 차이가 난다. 특히 젊었을 때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친구도 시간이 흐르면서 활력을 잃고 초라하게 변하는 경우가 많다. 중년기를 젊고 활력 있게 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욕망'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라캉(1901~1981)은 인간이 살아가게 하는 힘은 '욕망'이라고 했다. 인간을 다시 일어서게 하고, 좌절 속에서도 버티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막을 걷는 나그네가 오아시스를 찾아 힘든 발걸음을 내딛듯이, '욕망'은 인간을 계속 움직이게 만든다. 그러나 오아시스를 향해 가면 오아시스는 저만큼 물러난다. 꿈과 목표가 인간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만, 그것들을 얻는 순간 욕망의 대상은 또다시 멀어진다. 인간은 그렇게 '욕망'을 따라 살아가게 된다.
중년 남성들과 상담할 기회가 많다. 한국사회에서 은퇴하면 대부분 남성은 재취업이 어렵다. 자영업은 더 위험하다.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했더라도 자영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은퇴 후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의 시간을 무료하게 때우기에 급급하다. 한 남성은 "시간이 정말 안 갑니다. 하루가 너무 깁니다. 시간 때우기가 정말 힘듭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은퇴 후 대부분의 남성은 집에 머물다 보니 아내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직장에 다닐 때는 돈을 벌고 가사를 분담하기 때문에 의견 차이가 크게 없지만, 집에만 머물다 보면 갈등이 생긴다. 아침부터 아내의 잔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서울 시내를 빙빙 돌기도 한다. 비슷한 처지의 남성들을 마주치며 부끄러움과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중년기 남성을 만나면 가장 많이 보이는 현상이 무기력증이다. 중년기에는 직장이나 가정에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내가 승진할 수 있는 것도 여기까지고, 돈도 지금의 수준을 더 이상 벌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꿈이 없어지고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무기력해진다.
그러나 꿈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피곤하다. 대부분 신변잡기에 불과한 지루하게 오래 이야기하고, 주로 영화로왔던 과거를 이야기한다. 과거라는 허상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인간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 속에 살아가야 되는데 과거 속에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답답하다.
반면에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임원으로 은퇴했지만, 구청에서 하는 공원 청소직을 맡아 매일 공원을 청소하며 보람을 찾고, 동료들과 식사하며, 동료 아줌마들과 노래방도 가는 등 즐겁게 생활하는 남성도 있다. 다른 남성은 서예에 열정적으로 빠져서 마치 평생을 미술에 종사한 듯이 예술에 대해 격정적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중년기에는 '욕망'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욕망은 삶에 열정을 불어넣고,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직업이 있으면 열정적이 되기 쉽지만, 직업이 있다고 열정적인 것은 아니다. 은퇴했다고 해서 모두가 열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은퇴 후에도 취미나 자기 계발을 위해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중년기에 '욕망'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런 열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특히 성적인 '욕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적인 욕망은 감정과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원동력 중 하나이다. 매력 있게 세련된 옷을 찾아다니고, 머리카락이 왕성하도록 약을 먹거나 염색을 하며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려 노력한다. 젊게 보이고 실제 생각도 젊다. 중년에 성적인 매력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권장하고 싶다.
욕망이 열정과 에너지에 영향을 미쳐, 더 자신감 있고 활기찬 상태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특히 성적인 욕망이 사람에게 활력을 주고, 꽃중년 같은 매력적인 남자로 만들 수 있다. 성적인 욕망은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더 열정적으로 행동하게 할 수 있다.
중년기에 들어서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과 몸을 관리하는 것이다. 체력적으로 관리한다고 해서 건강한 것이 아니다 마음도 관리해야 된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활력 있고 미래에 대해서 꿈을 꾸면서 활력을 가져야 된다. 그런데 많은 남성들은 헬스클럽에 가서 체력은 관리하지만 마음 관리에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몸과 마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젊은 생각과 마음이 젊고 활력 있는 육체를 만든다.
가장 활력 있는 욕망은 꿈을 꾸는 사는 미래지향적인 삶이다. 대학교에서 사진 공부를 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프로작가가 되는 꿈을 꾸고 사진 공부를 한다. 중년의 나이부터 사진을 시작해서 프로가 되기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꿈 자체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꿈을 꾸는 한 열심히 사진 공부를 하고, 미술 작품전을 다니면서 예술 세계를 탐구하고, 사진을 찍는 친구들과 출사를 나가고, 사진의 작품성이 올라가면 그룹전을 열기도 하고 그 속에서 활력을 찾는다.
욕망은 인생의 중간 지점인 중년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시기에는 자녀의 독립, 직업 변화, 은퇴, 건강 문제 등 많은 변화와 도전에 직면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욕망은 삶에 목적의식을 제공하고, 자신의 가치와 삶의 방향을 재검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직업이 있거나 은퇴한 후에도 욕망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도록 이끌어준다. 이를 통해 동기부여가 가능하며, 목표를 설정하는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욕망은 사람을 열정적으로 만들어 창의성을 촉진하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중년기에 취미를 찾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과정은 개인에게 활력을 주고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또한, 욕망은 사회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열정적인 사람들은 만나면 기분이 좋고 유쾌해진다. 사람들이 만나고 싶어 한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이 기피하고 고립하게 되는데, 활력이 있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사회 관계망이 늘어나고 젊게 살게 된다.
중년기에 '욕망'이 필요한 이유는 이처럼 다양하다. '욕망'은 삶에 방향성과 목표를 제시하고, 창의적이고 활기찬 태도를 촉진하며,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욕망'이야말로 중년기의 다양한 도전과 변화를 긍정적으로 극복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