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상 중년심리 Oct 24. 2023

50대에 갑자기 찾아온 중년

중년, 성공을 위해 뛰던 삶에 회의를 느끼다.

 계속 앞만 보고 직진한 삶이었다. 치열한 고교 입시가 있었으며, 명문 대학을 가야 부모님 체면이 세워졌다. 군대생활도 3년을 꼬박 채워야 했고, 대기업 취업도 하늘에 별따기였다. IMF를 혹독히 겪었고, 가족을 부양하고 먹고사는 문제가 절박한 시대를 살았다. 

 적자생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렸다. 증견 간부가 되어 시간적 여유가 생겼는데 골프 붐이 불어 주말에는 골프장에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없었다.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니 50대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삶이 부질없이 느껴지고, 직장에서 지위가 내 인생의 행복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내가 중년기에 들어섰다는 것을 체감한 것 같다. 

 몸은 직장에 매여 있지만 마음은 가족들을 위해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가족들이 나에게 멀리 있었다. 아내와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다. 자녀들에게 공부를 잘하라고 질책만 했지만 '아이들의 친구가 누구인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인간관계를 쌓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을 했는데 직장 동료는 역시 타인이자 경쟁상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석심리학의 개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은 중년기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융은 중년기를 기준으로 인생의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누었고, 중년기를 인생의 전반에서 후반으로 바뀌는 전환점으로 보아 매우 중요시하였다. 뿐 만 아니라 레빈슨은 인생주기모형에서 특히 중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중년기는 청년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과도기로 생의 심각한 위기를 체험함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질 수 없어 절대자를 찾게 되고 이 시기에 회심이 많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그러고 보니 중년기가 되어서야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의문이 들면서 내 삶을 뒤돌아보기 시작한 것 같다. 직장에서 지위와 직책이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과 성공, 돈'보다 중요한 것이 많았다. 아내와의 따뜻한 관계, 친구들과의 우정,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중년기는 자신의 지나온 삶의 발자취를 스스로 되돌아보게 하는 ‘자기 탐색과정’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자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그렇게 가고 있는지, 현재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촉진해 준다.


   융은 누구나 페르조나라는 가면을 쓰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페르조나는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 즉 진정한 자기와는 분리된 채로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거나 자신을 은폐시키기 위해 '타인들이 정의한 자신의 역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말한다. 누구나 페르조나를 통해 세상과 관계하고 사회에 적응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인생의 전반기 동안 사람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페르조나를 쓰고,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와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중년기에 들어서면 페르조나를 벗고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진지하게 탐색하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백석 상담학 박사 공동매거진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