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란 뭘까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사실 그동안 글을 쓰는 게 영 썩 내키지 않았다. 글 뿐만 아니라 영상을 편집하는 것도 그랬다. 그냥 내게 주어진 일이 정말 일처럼 느껴져서 회피하고 도망 다녔다. 대신에 운동 다녀와서는 휴대폰으로 노닥거리고 밥 먹으면서 컴퓨터로 유튜브나 OTT를 보고, 또 설거지 후에는 누워서 아이패드로 유튜브든 OTT든 번갈아 보기 바빴다.
글을 쓰는 게 내키지 않았던 이유 중에 하나는 명확했다.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이곳을 내 감정 배설 창고로 쓰게 될 거라고 명명했지만 그 후로는 썩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억지로 글을 쓰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도 머릿속을 떠도는 단어조차 없었다. 그건 꽤나 괴로운 일이었다.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고 글을 쓰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매일 생각만 한다는 것은 내가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져 절망이 쏟아지기도 했다.
일상이란 뭘까. 다른 사람들은 바쁘게 잘만 쪼개 쓰는 일상이 나한테는 하릴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면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하며 소위 말하는 '갓생'을 살아가는 또래를 떠올린다. 그에 비하면 나는 팔자 좋다 싶을 정도로 무색무취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몇 번이고 나 자신을 한심하게 느끼고는 했다. 이런 일상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글 쓰는 것과 영상을 편집하는 것인데 그 둘도 손에 잡히지 않아 누워서 숨만 쉬는 꼴이었다. 그러다가 괜히 또 누워서 할 수 있는 운동 따위를 따라하고는 했다. 그런 거라도 하면 조금이라도 성취감이 들까 봐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인생은 뭘까. 늘 내가 되뇌는 말이다. 인생은 뭘까, 산다는 건 뭘까, 삶이란 뭐야.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걱정하고, 누군가는 또 그 소리냐며 타박이다. 나는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숨을 쉬듯 죽음을 갈망하면서 결국은 가만히 모로 누워 숨을 쉬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별것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살아나가다 보면 생겨나는 자취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돌아봤을 때 이런 일이 있었구나, 이런 인생을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이라도 할 수 있어야 되지 않을까. 내 인생은 좋게 포장해서 여러 경험을 한 것이지, 나쁘게 말한다면 끈기도 없이 판만 벌였다가 마는 답도 없는 인생이다. 예전엔 그나마 어려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또 다시 다른 것에 도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이를 먹고 보니 조금씩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나도 무언가 하나 정도는 이뤄 둬야 할 텐데. 그래야 나름 인생을 열심히 살았다고 할 수 있을 텐데. A와는 새해가 되면서 다시 한번 다짐했다. 시작한 일은 끝을 보기. 그런데 새해가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나는 가만히 있던 것이다. 그러다 어젯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음을 써 보는 건 어떨까. 원래 이런 걸 쓰고 싶다고 생각했잖아. 솔직하게 말이야. 그래서 오늘 아침부터 오랜만에 브런치를 찾았다. 영상 편집은 사실 모르겠다. 하고는 싶은데 몇 주 전부터 컴퓨터가 켜기만 하면 큰 소리를 내더니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열어서 편집을 하려고 하면 자꾸만 느려지고 렉이 걸린다. 그러다 보니 그게 답답해서 나도 모르게 회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컴퓨터를 살 돈은 없으니 이대로 해 나가야 한다. 요즘 램이며 그래픽 카드 값이 장난 아니게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까 조금 울적해졌다. 뭐라도 해내서 그걸로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으로 재투자하며 또 다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그냥 그렇게 살고 싶은데 그것도 영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면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오늘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투고했지만 또 내일부터는 다시 유튜브나 보고 있을 수도 있다. 영상 편집은 훠이훠이 미뤄두고 이상만 가진 채 누워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쪽으로 생각을 해 보면 나는 주기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투고하고 싶고, 내가 원하는 영상을 찍어 만들어내고 싶다. 이 두 생각의 갈래에서 어느 쪽으로 향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내 몫이다. 당장은 무겁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이건 어떨까. 주기적보다 간헐적으로 글을 투고하고, 어느 날 하루 정도는 영상 촬영을 위해 마음에 드는 장소로 훌쩍 떠나는 것이다. 그러면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결과를 쌓다가 보면 익숙해져 그게 내 일상이 되고 인생의 자취가 되지는 않을까. 그러면 덜 죽고 싶어지지 않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나 자신과는 반대로 주어진 일 뿐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새해 바람이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