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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렁공주 Jan 31. 2022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1)

최선의 타이밍이 있을 뿐

이 세상에 완벽한 타이밍이란 없다.

적어도 지금 까지는 그렇다. 피나는 노력으로 얻어냈던 게 완벽한 타이밍을 만나 기대치 않게 무언가를 얻는 것보다 많았던 게 사실이다.


대학 졸업 전 취업준비를 하며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던 시절,

인터넷을 뒤져가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몇십 번 수정하며 지원하던 때,

물론 인터넷으로 지원하는 곳도 있었지만 현장 접수를 하는 곳도 있었다.

모 호텔에 입사지원을 하러 갔던 날, 우연찮게 접수처 밖에 앉아 양식에 체크를 하던 나에게 어떤 중년 임원으로 보이는 분이 불편한 자세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내가 안타까웠던지 자신의 사무실 탁자에 앉아서 작성하라고 얘기를 하셨다. 접수처와 가까운 그분의 방에서 작성을 하던 중 영어와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하는지 물어오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는 공부를 하던 중이라 자신이 있었던지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며 대답했고, 이내 나에게 일본어로 일본에 다녀온 적은 있는지 영어로 미국에 다녀온 적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었고 간단하지만 나는 떨지 않고 대답을 했던 것 같다. 너무나 친근하게 대해주셨고, 뜻밖의 인터뷰에 그 방에서 나오면서 나는 텔레비전에서 나올법한 스토리를 그려내고 있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인데? 드라마에서는 이런 상황 후에 합격이 되어 입사를 하고 알고 보니 그분이 총 지배인 이라거나, 지원자의 당찬 모습에 역량이 부족하지만 일단 뽑아서 교육시키려고 하는 내용'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내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그렇다 여기서 이곳에 내가 취직이 되었다면 이 상황은 그야말로 '완벽한 타이밍'이었을 것이다.

하필 그 시간에, 하필 불편하게 앉아있던 나, 하필 그 시간에 지나가던 임원분, 짧은 인터뷰까지....

예상했듯이 나는 그 호텔로부터 불합격되었다는 소식도 받지 못했고 다른 곳을 지원하며 바쁘게 살아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호텔은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원어민처럼 유창한 일본어와 영어가 필요했을 것이고 지금이라면 원서 접수도 겁나서 못했을 텐데 그때는 참 겁이 없었나 보다.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 속에 존재하는 '그를 혹은 그녀를 만나게 된 그 순간, 일상 속에 그 찰나, 그 완벽한 타이밍 덕에 서로를 알게 되어 영혼의 단짝으로 함께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은 흔하지 않기에 더 아름다워 보이고 우리를 꿈꾸게 했다.

나의 첫사랑과의 만남 역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이다.

대학 OT 가는 버스에서 본 그 오빠.

버스에 올라타 자리를 찾는다. 뒤로 걸어가다 누군가를 본다. 갑자기 모든 것이 흐려지고 가슴이 덜컹! 한 사람만 눈에 들어온다. 계속 그가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오케이, 같은 버스를 탔으니 같은 단과대' 그날 이후부터 나는 교양수업에서 그를 찾기 시작한다. 얼마 안 가 어느 과의 누구인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정보를 다 얻었다. 무슨 용기였는지 그 오빠의 삐삐 연락처를 알아내 친구의 도움을 받아 한 달 동안 매일 같은 시간 음악을 녹음했다. 한 달이 지난 후 여름 방학 전 그 음악들을 빈 카세트테이프 속에 녹음하고 편지를 써서 학부 통에 넣어두었다. 혹 연락이 없어도 이제 곧 방학이니 덜 쪽팔릴 안전망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연락이 왔고 학교 앞 카페에서 처음으로 대화를 하던 난 너무 기뻐 날아갈 거 같았다. 다행히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좋은 만남을 몇 번 더 이어 나갔고. 첫사랑도 이루어질 수 있네'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지금의 남편은 그가 아니다.  그와는 결혼에 도달 할 수있는 완벽한 타이밍을 못 만났던것.  

  

지금도 나는 사실 여러 가지의 '완벽한 타이밍'을 생각한다.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 아이들을 대학 보낸 후? 지금?

적정한 은퇴시기는 언제일까? 일 년 뒤? 이년 뒤?

그러다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고. 할 수 있을 때 하자고.

완벽한 타이밍이라 생각했던 그 순간들이 사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그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시간에 나만의 의미를 담아 특별하게 이름 붙이고 싶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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