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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 Feb 05. 2024

케이크 위 초침

뒤틀린 기분이었다.

어디서부터 엉켜있냐고 묻는다면,

팔을 붙잡고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

그동안 우리는 푸석해진 케이크와 붉은 와인을 곁들일 것이고 그 순간부터 시간까지 하나하나 뒤틀려 엉킬 것이다. 입꼬리 하나 눈빛 하나 손짓 하나에도 시곗바늘이 자꾸 신경에 걸려

틱- 틱-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하나 예상해 보자면, 이 케이크는 오늘도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게 될 거야.”

“그치, 난 이 설탕 덩어리에 매번 손이 안 가더라.” 나는 포크에 남은 가루들을 털어냈다.

“그렇게 더 수분을 빼앗기겠지. 여기서 더 뺏길 수분이 있었나 싶게 시간이 지나겠지. 그땐 우리의 대화에는 어떤 말라붙은 것들이 이 시간에 존재할까?”

“뭔 소리야.” 남은 와인을 돌리다 대충 웃어 보인다.

하지만 너는 사뭇 진지하고 귀여운 얼굴로 내 눈을 맞추고 작은 입술을 열어 말을 이어갔다.

그 말이 ‘나를 사랑한다, 너와 대화를 하고 싶다’라는 말인지는 당연히 그때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걸 그렇게 돌려 말하다니

역시 넌 나와 맞지 않은 사람이다.


“그녀처럼 복잡한 사람은 참 질색이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그렇게 눈을 뜨고 있으면 내가 알아? 진짜 짜증 나 죽겠어. 대화하고 있으면 정신병 걸릴 것 같다니까.”

라이터를 틱틱거리며 그제야 머릿속에 있던

문장들을 토해냈다.

숨을 들이 마시고 내뱉으며 연기가 올라감에 따라 머리가 하늘로 젖혀진다.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걸까.

내가 지금 이렇게 신경 쓸게 분명 너는 아닐 텐데.

멍청하게 다 뭉개진 케이크 얘기나 할 여유가

나에겐 없단 말이다.

하얀 재가 바닥에 투두둑 떨어졌다.

그마저도 거슬려 표정을 구겨버린다.


그러니까 널 사랑한 게 맞으면서도,

아이 같은 너를 안을 때 나는 너를 느낄 수가 없다.

그저 그게 참 답답한 것이다.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지 말고,

내게 말해달라는 것이다.

어떤 시간에서부터 엉키기 시작한 거냐고.


이제 더 이상 잠에서 깨 마주한 너의 작은 등을

보기만 할 뿐 좀처럼 안을 수가 없었다.


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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