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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움 Aug 17. 2022

누구나 식물킬러이자 식물집사

식물집사의 필수 조건 : 식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2020년 팬데믹 시대를 맞아 떠오른 키워드 중 하나가 '가드닝'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가드닝이기 때문이다. 식물을 인테리어 목적으로 들였다가 정이 생겨 인테리어로써의 사물이 아닌 반려식물이 되어 삶을 같이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가득 담아 키우는 사람을 '식물집사'라고 부른다.


 식물을 잘 키우고 싶은데 이상하게도 자기한테만 오면 식물이 하나같이 죽어나간다며 하소연하는 지인들이 많다. 식물을 죽이는 본인을 일컬어 '식물킬러'라고 말하고는 한다. 이렇게 말하는 지인에게 나는 "나도 그래. 내 손에 죽은 식물이 몇 백개는 넘어. 나야먈로 전문식물킬러야."라고 말한다. 식물을 키운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식물생명공학 전공에 관련 자격증까지 취득했지만 나는 여전히 식물킬러이다. 생각보다 많은 식물을 죽이는 만큼 살리는 방법도 알고 있는 식물집사이기도 하다. 내가 식물킬러이면서 식물집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식물에 대해 애정을 갖고 직접 키워보고 시행착오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내손으로 직접 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때는 유치원 식목일날이다. 당시 6살이던 나는 소심하면서도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식목일 전날, 유치원 선생님께서 식목일에 꽃씨를 심으니 작은 우유팩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집으로 돌아간 나는 달달한 과일쥬스가 담겨진 우유팩 음료수를 한 번에 들이켜 마시고 깨끗이 씻었다. 음료수를 좋아했지만 음료수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하루빨리 음료수팩에 씨앗을 심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기대에 한 껏 부푼 마음을 갖고 식목일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다음날 유치원에서 꽃씨를 3종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심을 수 있다고 하였다. 꽃씨는 3종류로 해바라기, 채송화, 과꽃이었다. 해바라기를 심고 싶은 사람은 유치원 화단에 심고, 우유팩 화분에 가져가고 싶은 사람은 채송화나 과꽃을 골라 심으면 됐다. 나는 우유팩을 가져왔기에 채송화랑 과꽃 중에서 어떤 씨앗을 심을지 고민했다. 고민 끝에 꽃씨앗 포장지에 있는 사진 중 조금 더 마음에 드는 과꽃으로 골랐다. 선생님께 우유팩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주시고 씨앗 3알을 주셨다. 당시 유치원생이라 작은 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께 받은 꽃씨들이 정말 작게 느껴졌다. 손가락으로 하나씩 집어 정성스럽게 심고, 화분이 엎어질까 조심조심 걸으며 집으로 가져왔다. 집에 와서 하루 종일 화분을 바라보면서 '씨앗'이라는 동요 노래를 불렀다. '씨앗'동요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씨 씨 씨를 뿌리고, 꼭 꼭 물을 주었죠.

하룻밤, 이틀밤, 쉿! 쉿! 쉿!

뽀드득, 뽀드득, 뽀드득, 싹이 났어요.

싹 싹 싹이 났어요. 또 또 물을 주었죠.

하룻밤, 이틀밤, 어! 어! 어!

뽀로롱 뽀로롱 뽀로롱, 꽃이 폈어요.


 노래 가사대로 하면 정말 싹이 나고 꽃도 필 줄 알았다. 정성들여 매일 물을 주고 바라보는데 이틀밤이 지나도 싹이 나지 않는 것이다. 실망하고 있을 때쯤, 싹 하나가 뾱하고 올라왔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화분을 들고 부엌에 있는 엄마한테 달려가서 얼마나 자랑했는지 모른다. 나는 싹이 하루빨리 커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노래 가사와 같이 또, 또 분무기로 물을 주었다. 다음날이 되었고, 힘겹게 자라난 단 하나의 새싹은 밑동부터 검게 변하더니 죽어버렸다. 과한 사랑으로 생긴 과습 증상이었다.(동요 가사도 한몫했다고 본다) 당시 나는 새싹이 왜 죽었는지 몰랐기에 며칠을 슬퍼했다. 이렇게 나의 첫 번째 반려식물은 싹이 난 지 하루 만에 죽은 것으로 끝이 났다. 첫 반려식물부터 죽인 식물킬러인 나는 식물을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계속 씨앗을 심고 도전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현재가 되었다. 여전히 식물을 죽이긴 하지만 어떻게 키우면 잘 키울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식물집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전문 식물킬러가 될수록 전문 식물집사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식물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며 직접 키워보면서 어떻게 죽는지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식물에 대한 관심은 식물을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되고,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행동으로까지 연결이 된다. 본인이 식물을 여러 번 죽였다고 자책할 것 없다. 내가 진심으로 식물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마음이 있다면 해결 방법은 알아서 찾게 될 것이다. 이것이 처음에는 누구나 식물킬러이지만 관심을 가지고 계속 도전한다면 식물집사가 될 수 있는 이유이다. 식물을 잘 키우고 싶다면 일단 식물을 하나 들이고 조사하고 내가 직접 키워보자.  



식물집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식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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