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속의 수호신, 지렁이의 똥
찰스 다윈은 거의 40년이 넘는 시간을 지렁이에 관심을 쏟았다고 한다. 그가 그토록 지렁이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렁이는 땅속을 돌아다니면서 흙을 파헤치고, 유기물을 먹고 소화하여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준다. 그 당시 다른 사람들은 지렁이에 대해 잘 몰랐으나 다윈은 지구의 토양을 유지하도록 돕는데 지렁이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에서야 지렁이가 토양환경에 중요하다는 사실은 당연하게 알려져 있으나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윈이 그토록 관심과 애정을 쏟았던 지렁이, 가드닝을 하는 사람이라면 징그럽다며 피하지 말아야 한다. 지렁이가 배설한 똥이 가드닝에서 얼마나 귀중한 자재임을 알면 지렁이에게 감사하고 사랑스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토양 속의 수호신 지렁이가 배설한 똥, 분변토에 대해 알아보자.
분변토(cast)는 지렁이의 똥을 말하며 퇴비의 일종이다. 지렁이는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분변토 또한 전 세계적으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pH는 중성으로 다른 원예 자재와 섞어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2mm 이하의 단립 구조를 이루고 있어 포면적이 넓어 배수성과 통기성이 좋다. 분변토는 식물이 직접 이용할 수 있는 무기질 질소가 많으며, 인, 칼륨 외에 치환성 칼슘, 마그네슘, 유기물 등이 함유되어 있다. 건조된 분변토는 피트모스와 마찬가지로 물을 튕겨내는 발수성을 가지고 있다.
분변토는 분갈이 시 배양토에 섞어 사용하거나, 화분 흙 위에 얹어주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퇴비로 분류되기는 하나 다른 퇴비에 비해 영양소 함유량이 높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넉넉하게 사용해도 괜찮다. 액비로 사용할 경우 분변토를 물에 희석하여 화분에 물을 줄 때 뿌려주면 된다.
가드닝용 퇴비로써 분변토가 가진 장점은 다양하다. 첫째, 유익한 미생물을 함유하고 있어 인공토양에서 부족한 유기물과 미생물을 공급할 수 있다. 토양 속에서 발생하는 유해균을 억제하여 무름병, 시들음병에도 효과적이다. 둘째, 다른 퇴비에 비해 냄새가 나지 않으며, 오히려 악취를 제거하고 탈취제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퇴비의 경우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면 냄새이다. 분변토는 거의 무취이기 때문에 실내 가드닝에서 사용하기 좋으며 오래 보관하여도 상하거나 변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셋째, 친환경적인 원예자재이다.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원예자재이며 집에서도 지렁이를 키우면서 생산이 가능하다. 넷째, 분변토를 비료 대신 사용할 경우 화학비료로 발생하는 식물과 토양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분변토는 식물의 뿌리에 직접 닿아도 발생하는 해가 없어 어린 식물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분변토의 단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단일 토양으로만 사용할 경우 발수성을 가지고 있어 물의 흡수가 어렵다. 둘째, 퇴비의 일종으로 식물에 직접적으로 닿았을 경우 삼투압 현상으로 여린 식물은 죽을 수 있다. 이 현상은 자연 분변토에서는 발생하지 않으나 인위적으로 생산한 분변토에서 발생한다. 인위적으로 만든 분변토의 경우, 농장에 따라 다르나 음식물 쓰레기와 슬러지로 분변토 생산하는 과정에서 염분이 함유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다른 퇴비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국내 분변토 농장의 경우 사람이 직접 채취하여 가공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제조 과정이 번거롭다. 넷째, 친환경 퇴비이나 천연이 아닐 수 있다. 지렁이는 음식물, 낙엽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조각도 먹고 소화할 수 있다. 특히, 수건이나 천과 같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섬유도 소화하기 때문에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될 수 있다.
지렁이는 집에서 키울 수 있는 반려동물이다. 지렁이는 서식하고 있는 토양의 깊이에 따라 지표성 지렁이, 지중성 지렁이, 심층성 지렁이로 구분된다. 가정용 지렁이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낚시용 지렁이로 판매되고 있는 지표성 지렁이인 붉은줄지렁이를 구입하면 된다. 청지렁이나 밭지렁이는 깊은 곳에서 서식하는 심층성 지렁이로 가정용으로 키우기 어렵다.
지렁이 사육장은 토분, 플라스틱 상자, 나무 상자 중에 골라서 사용하면 된다. 지렁이 사육장은 통풍이 잘 되고, 배수가 잘 되며 너무 건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지렁이 먹이가 부패하여 발생하는 가스로 인해 지렁이가 죽을 수 있으니 통풍이 잘 되는 사육장에서 키우며, 한 번 씩 환기시켜주는 것이 좋다. 지렁이를 사육장을 마련하고, 기본 흙으로는 코코피트와 분변토를 섞어 준비한다. 처음 구입한 지렁이는 배송 과정과 좁은 공간에 오랜 기간 머물러 있어 폐사한 것도 있고, 스트레스로 활동이 둔할 수 있디. 구입한 지렁이가 활력을 찾을 동안은 먹이 공급을 하지 않는다.
지렁이의 먹이로는 낙엽, 채소, 과일 껍질과 같은 음식물과 계란 껍데기, 분쇄된 조개껍데기 등도 가능하다.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고기 종류는 지렁이가 바로 소화하기 힘들며 부패 시 가스가 많이 발생할 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
지렁이 관리 시 중요한 것은 통풍과 수분이다. 지렁이가 먹이를 먹을 때 수분이 건조할 경우 먹이를 먹지 않는다. 젖은 천을 덮어 수분을 유지시켜주고 시간이 날 때마다 분무기로 수분 공급을 해준다. 지렁이를 키우면서 발생할 수 있는 해충으로는 뿌리파리, 뿌리알응애, 파리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톡토기는 공생 관계로 지렁이 사육에 문제가 되지 않으나 뿌리알응애의 경우 지렁이의 천적이기 때문에 제거하는 것이 좋다. 지렁이를 키우면서 해충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렁이 수에 비해 너무 많은 먹이를 공급했거나, 수분의 함유량이 너무 많은 경우 발생한다. 해충이 많이 발생한 경우 안타깝지만 폐기처분하는 것이 좋다. 분변토의 채취는 음식물과 지렁이를 제외한 흙을 건져내어 채로 한 번 털어 채취한다. 너무 많은 양의 분변토를 채취하는 경우 지렁이가 서식할 공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시기에 나눠 소량씩 채취한다.
지렁이는 순환농업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최근 무분별한 개발, 화학비료의 남용, 경운으로 지렁이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꿀벌만큼이나 자연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지렁이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http://www.xn--jj0bp90bg7bh5z.com/bbs/board.php?bo_table=sub03_02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