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없는 결혼식

[이어지는 삶] 결핍을 딛고 비로소 마주한 나의 온전한 시작

by 카인드마마

결혼식 날,

식장에는 많은 하객들로 붐볐지만 없는 사람도 분명했다.

내 결혼식에는 엄마도, 아빠도 없었다.

아빠의 자리는 큰아빠가, 엄마의 자리에는 새엄마가 앉아 있었다.


사업이 무너진 뒤, 한국을 떠난 아빠는 그 뒤로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했다.

아빠는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는 대신 나에게 웨딩드레스를 선물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결혼식 날 그 드레스를 입지 않았다.

대신 웨딩촬영 날, 아빠가 선물해 준 드레스를 입었다.

사진 속에 나는 생애 가장 아름다운 얼굴로 아빠의 드레스를 입고, 예비신랑에게 깜짝 프러포즈를 받고 있다.

그 순간을 그렇게 남긴 것은, 우연인 듯 다가온 아빠의 바람이 아니었을까.

나는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나의 결혼식에는 아빠의 손에서 남편의 손으로 바꿔 잡는 순간은 없었다.

딸의 결혼식에 손을 잡아 줄 수 없었던 아빠는 누군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신부입장 대신, 신랑과 손을 잡고 함께 입장하기로 했다.

그로 인해 그는 이미 나에게 아빠 같은 울타리가 되어 있었다.

큰아빠의 손을 잡고 들어갔다며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었다.

함께 손을 잡고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울타리 안에 살게 되었다.


사실 나는 작은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새엄마의 눈치도 봐야 했고, 8남매의 대식구인 외갓집 식구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었다.

외삼촌과 이모들은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지만, 내 결혼식은 외갓집 식구들에게 또 다른 의미일 것 같았다.

대신 적당한 크기의 채플식 웨딩홀을 선택하고, 예배 형식의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시댁은 기독교였지만, 우리 집은 불교였다. 나만 교회에 나갔기에 예배형식의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은 내 나름 큰 결심이었다.


식이 시작되기 전, 신부 대기실에서 잠시 혼자가 되었다.

밖에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텅 빈 내 주위가 너무 넓어 보였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불안하고 초조했다.


잠시 후,

함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갈 나의 남편이 들어오고 나서야 깨달았다.


오늘 이 자리는,

누군가의 빈자리를 애써 채우는 날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시간을 그대로 안고 들어가는 날이라는 것을.


엄마 없이도, 아빠 없이도

나는 여기까지 왔고

이제는 누군가의 딸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내로, 또 나 자신으로 새로운 삶의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길을 함께 해줄 사람이 내 손을 잡고 있었다.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던 목사님은 우리의 결혼식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주었다.

서로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의 사람들이 나로 인해 뒤섞인 그곳의 공기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 종교의 종류와 상관없이 오로지 우리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했다.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순서가 되었을 때, 나는 예상보다 훨씬 더 긴 숨을 들이마셨다.

새엄마 앞에 서자, 그동안 마음 깊숙이 눌러두었던 묵은 감정들이 마치 오래된 상자에서 한꺼번에 쏟아지듯 나를 덮쳐왔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내가 엄마라고 불렀던 사람.

내게 수많은 상처와 아픔을 주고도, 나보다 당신이 더 괴로운 삶을 살았다 말하던 엄마.

엄마는 말없이 나를 안아 주었다.

그 품 안에서 나는 결국 울고 말았다.

그 눈물에는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이제는 이 관계에서 벗어나도 된다는 해방감도 있었고,

지나온 세월이 한꺼번에 밀려오며 가슴 한쪽이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슬픔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쨌든 나를 여기까지 키워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도 분명히 있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게 그 많은 상처를 남긴 엄마도,

내가 잘 살기를 바라는 진심 한 조각이 있었다는 것을.


외갓집 식구들은 나의 결혼식을 보며 많이 울었다.

식을 올리는 하객들의 얼굴을 일일이 볼 수 없어 몰랐지만, 나중에 들어 알게 되었다.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었던 결혼식이었지만 외갓집 식구들은 눈물로 나를 축복해 주었다.

그것은 부재한 자리에 대한 슬픔이라기보다, 그 시간을 딛고 여기까지 온 나를 향한 축복에 가까웠다.

친가 식구들만 참석하는 폐백에도 외삼촌과 이모들은 모두 참석해 주었다.

덕분에 나의 결혼식은 차고 넘치는 축복을 받았다.

결핍의 기록이 될 뻔했던 나의 결혼식은 끝내 하늘로 터지는 폭죽이 되어, 나의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알렸다.


그날 이후로 사라져 버리기만 했던 가족이라는 이름은, 새로운 얼굴로 다시 나타났다.

새로운 나의 가족은 부재한 가족을 대신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그 자리에서 나에게 더 크고 멋진 우주를 선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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