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금기가 되었던 시간들

프롤로그

by 카인드마마

엄마가 왜 돌아가셨는지, 어린 저에게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어요.

저는 여덟 살에 엄마를 잃었습니다.

엄마 사진을 품에 안고 울고 있던 어느 날,

아빠는 제 손에서 엄마 사진을 뺏어 찢어버렸습니다.

엄마의 얼굴이 재떨이 속에서 재와 섞여 버린 그날,

나의 엄마는 그리워해서는 안 되는 차가운 금기가 되었습니다.


엄마를 잃은 다음 해 아빠는 재혼을 했고, 나에게 다시 엄마가 생겼습니다.

새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돌아가신 엄마를 잊으려,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버림받는 것이 무서웠고, 엄마라는 존재가 내게서 또 사라질까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새엄마에게 사랑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니,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괴로웠던 새엄마와의 관계가 끝나고, 내가 삼 남매의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아빠는 그날,

내게서 엄마의 사진을 빼앗으면 안 되었다는 것을요.

아빠는 내가 강하게 자라길 바라서 그랬다고 했지만,

그것은 아빠의 서툰 대처를 가리기 위한 핑계일 뿐이었습니다.


나는 엄마를 충분히 그리워할 수 있어야 했고, 이별의 아픔을, 상실의 고통을 충분히 지나왔어야 했습니다.

엄마가 왜 돌아가셨는지,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빠는 우리에게 충분히 이야기해 주어야 했습니다.


새엄마가 오고 몇 해가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밥을 먹다가 알게 되었어요.

"애들 엄마가 백혈병으로 갔는데, 애들도 좀 검사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새엄마가 무심히 내뱉은, 우리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한마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밥을 우적우적 더 소리 내어 씹으며 태연한 척했습니다.

눈물을 감추기 위해 슬픔은 입안에 가득한 밥알과 함께 짓씹어 삼켜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엄마의 백혈병이라는 차가운 단어를 처음 만났습니다.


돌아가신 엄마는 8남매였어요.

우애가 좋았던 엄마의 형제, 자매들은 만날 때마다 엄마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조금씩 엄마를 모아갔습니다.

새엄마에게 사랑받으려, 애써 기억에서 지웠던 어린 날의 나의 엄마를.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던 엄마를 떠올리려 애를 쓰고,

집에 한 장도 없던 엄마의 사진을 외삼촌과 이모들에게 부탁해 몇 장 가지게 되었어요.


엄마가 세상을 떠난 마흔하나를 지나, 나는 마흔셋의 딸이 되었습니다.

이제야 나보다 젊은 모습으로 멈춰있는 나의 엄마를 만납니다.

엄마가 없는 시간을 지나오며 겹겹이 쌓아둔 그리움을 이제 하나씩 꺼내 놓으려 합니다.


하늘 우체부가 이 글을 엄마에게 전해 주길 간절히 바라며,

글 하나하나 진심을 담아 써 내려가겠습니다.


이 글이 엄마를 잃고 어둠 속을 헤매던 어린 날의 나와, 지금도 누군가를 잃고 길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작은 동행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