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쓰는 편지] 여기저기, 구석구석, 나에게서 엄마를 발견해.
엄마!
난 엄마의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아.
여기저기 부탁해 찾아낸 사진 몇 장으로
겨우 엄마의 얼굴을 조각 맞추듯 떠올리거든.
몇 해 전 아빠한테 물어봤어.
'아빠! 엄마 얼굴을 어땠어요?'
그때 아빠 대답이 이랬어.
'못생겼지 뭐! 근데 눈 하나는 진짜 이뻤다 아이가.'
눈이 예쁜데 얼굴이 못생기기가 더 힘들 텐데,
아빠만의 츤데레 같은 표현이었나 봐.
그런데 나중에 사진을 보다가 난 그만 그 말을 이해해 버리고 말았지 뭐야?
엄마의 예쁜 눈 아래로, 살짝 나온 입이 귀엽게 개성을 더했더라고!
그래도 이 정도면 못생긴 건 아닌데 아빠가 너무 했지.
사진 속에 엄마는 키도 그리 커 보이지 않았어.
그래도 나름 패션센스를 발휘해서 잘 꾸미고 다닌 것 같았어.
요즘은 사진이 일상이지만 예전엔 특별한 날에나 사진을 찍었으니
그날은 아마 한껏 꾸미고 나온 날이었겠지.
얼굴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니 오빠가 엄마를 많이 닮은 것 같아.
애들 아빠도 사진을 보더니 '형님이 장모님을 많이 닮았네' 하더라고.
오빤 엄마와 광대의 모습도 비슷하고 분위기가 닮았어.
난 엄마의 어디를 닮았을까 유심히 관찰해 봤지.
그런데 워낙 옛날 사진이라 선명하지 않아서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엄마 얼굴에서 나를 찾기가 어렵더라고.
눈이 좀 큰 편인데, 그건 아빠보다 엄마를 닮았나 보다, 정도로 결론지으며
나는 외탁보다 친탁을 했구나 생각했어.
흩뿌려지듯 아무렇게나 난 눈썹은 아빠 판박이고, 겹겹이 진 쌍꺼풀은 고모를 닮았거든.
길쭉길쭉한 손가락은 할머니를 닮았고, 목은 짧고 팔이 긴 건 친가 쪽 모두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이야.
이렇게 표현하니 나 진짜 이상하게 생긴 것 같네.
그런데 오해는 하지 말아 줘?
엄마 딸 외계인은 아니니까.
이쯤에서 나는 엄마를 닮은 곳이 없나 보다 하고 아쉬워했어.
그런데,
맙소사!
발견해 버렸어.
내가 엄마를 닮은 곳!
엄마 진짜 너무 했어.
좋은 걸 물려줬어야지, 몸매를 물려줄 건 뭐야!
그동안 이 두리뭉실한 허리가 다 내 관리 부족인 줄 알고 자책만 했거든.
그런데 사진 속 엄마를 보니 세상에, 딱 내 체형인 거야!
예쁜 눈만 물려주지, 이 튼튼한 상체까지 줄 건 뭐야.
덕분에 다이어트에 실패할 때마다 '이건 유전이야!'
엄마 탓하며 면죄부를 크게 받았지.
엄마 핑계 대며 웃을 수 있게 됐으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
근데 엄마.
가족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해.
엄마는 정말 순수한 사람이었데.
법 없이도 살 사람.
누군가에게 10원어치도 피해 준 적이 없던 사람.
미련 곰탱이 모선씨.
엄마는 그래서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사람이었어.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잖아.
엄마의 선한 마음이 예쁜 눈으로 말하고 있었나 봐.
세상은 엄마의 마음을 통해서 엄마의 아름다움을 봤을 거야.
난 이제 두리뭉실한 내 몸매를 보면서 엄마를 떠올려.
살을 좀 빼야지 늘 생각하면서도,
사진 속 엄마를 떠올리면서 엄마와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거든.
예전엔 내 몸 생긴 게 미워서 거울도 보기 싫었는데,
요즘은 모선씨가 나한테 이걸 물려주고 갔단 말이지~?! 하면서 엄마한테 딴지도 걸어봐.
뭐든 나에게 물려주었으니 고맙긴 한데,
그래도 엄마보단 좀 더 예쁘게 살다가야지! 한다니까?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고 내가 좀 더 손해 보는 쪽을 택하는 것도 엄마를 닮았나 봐.
그렇게 요즘 나는
여기저기, 구석구석
나에게서 엄마를 발견해.
닮지 않은 모녀도 나이가 들면 엄마 모습을 닮아 늙어가더라고.
엄마가 지금의 나보다 어린 나이에 하늘나라로 가는 바람에 나는 그 모습을 내 눈으로 확인할 길은 없지만,
나는 엄마를 닮으며 살고 싶어.
순수하고, 의심 없었던 엄마처럼 세상을 살아갈게.
주변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고, 누군가의 유머에 크게 웃어주던 엄마의 배려를 닮아갈게요.
그리고 먼 훗날 내가 엄마를 만나러 가면,
그때 꼭 이 말을 하고 싶어.
엄마!
나는 엄마를 꼭 닮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