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목소리

[그리움과 성찰] 아무리 모아도 알 수 없던 단 하나에 대하여

by 카인드마마

아무리 엄마를 모으고 모아도 내가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엄마 목소리.


엄마의 얼굴은 사진으로,

엄마의 성격은 가족들에게 들어 알 수 있지만

엄마의 목소리만은 알 길이 없다.


요즘은 핸드폰으로 쉽게 영상 촬영을 해서 기록을 남길 수 있지만,

그 시절 영상을 촬영하는 기기를 가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사치였을 것이다.


그래서 엄마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남겨져 있지 않다.

엄마 목소리는 어땠냐고 물어보아도 누구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이모들의 목소리로 엄마의 목소리를 유추해 볼 수도 없다.

세 이모의 목소리와 억양, 톤이 다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나고, 나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아침마다 아이들을 깨우고,

저녁마다 이런저런 잔소리와, 쓸데없는 농담과 몸짓으로 깔깔 웃는다.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친다.

‘엄마도 나를 이렇게 깨웠을까?’

‘엄마도 나에게 이런 잔소리를 했겠지?’

‘엄마도 나와 이렇게 소리 내어 웃었을 텐데!‘


가끔 엄마의 목소리를 상상해 본다.

높은 톤에 명랑한 목소리를 가졌을까?

아니면 낮고 단단한 음성이었을까?

혹은 부드럽고 느린 말투였을까?


이런 질문이 생긴 이후로부터 아이들과의 영상 속 내 목소리가 달리 들린다.

하이톤에 지나치게 다정해서 어색하거나,

너무 호탕하게 웃는 내 목소리가 듣기 싫었는데,

이제 그 목소리를 귀하게 여기기로 했다.


아무리 떠올려도 떠오르지 않는 엄마 목소리.

도저히 내가 알 길이 없는 엄마 목소리.


그러다 문득 떠오른 문구가 있었다.

'사랑은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다시 흘러가서 완성되는 것이다.'


내가 아이의 이름을 부를 때,

아이를 염려하고 사랑의 말을 할 때,

나는 문득 엄마의 존재를 느낀다.

기록되지 못한 엄마의 목소리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 입술을 통해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의 목소리를 잃은 딸은, 결국 엄마의 목소리로 살아간다.

아이를 부르고, 위로하고, 다그치는 그 모든 소리들이

내 안의 엄마와 닿아 있었다.


더 이상 엄마의 목소리를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엄마는 이미 나에게 스며들어 있었다.

내 입술을 통해 나오는 모든 소리가

바로 엄마였다.


나는 오늘도 아이의 이름을 부른다.

그 소리 안에 엄마가 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 있다.


엄마의 목소리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 목소리로 그리웠던 엄마를 소리 내어 불러본다.


엄마,

엄마,

나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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