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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처음

오리엔테이션

by 우인

무언가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성격은 아니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걱정거리만 한 가득 짊어지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에 쓰고 있는 이 글도 얼마나 많이 써 내려갈 수 있을지, 읽기에 재미는 있을지, 혹은 이후에도 꾸준히 쓸 수 있을지 온갖 걱정들이 내 손가락을 가로막는다. 이미 개인 블로그에서도, 인스타그램 부계정에서도 글을 연재할 때 얼마 못 가 버려지고 결국 삭제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브런치라는 공간에 쓰는 이 글은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까, 벌써부터 글의 시한부 삶이 눈에 아득하다.


내가 브런치라는 곳에 온 뚜렷한 이유는 없다. 다만 이전부터 내 감정을 기록하며 저장할 수 있고, 또한 혹여 내 글을 읽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읽을 수 있길 바라는 욕구는 꾸준히 있어왔다. 그리고 나의 글에 담긴 감정들을 공유하고 의견을 얻으며, 글에 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 역시 바래왔었다. 그래서 마침 1월 1일이기도 하여 오늘은 무언가를 시작하기 좋은 시기라는 변명 삼아 브런치에도 발을 뻗기 시작했다.



내가 그동안 써오던 글은 대체로 눅눅하고 탁했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초여름의 흐린 어느 날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좋을 것 같다. 생기와는 약간 거리가 먼, 다소 축축 처지는 글이 주로 내가 쓰는 글이다. 살면서 느낀 다양하지만 비슷한 류의 감정과 생각들을 한글로 정리한 것들이 나의 글이다. 원래 긍정적이지 못한 성격 탓에 나의 글도 이를 반영한다. 불안과 체념 사이 혼돈하는 나의 삶이 바로 나의 글감이다.


그래서 재미있거나 유익하고, 혹은 흥미진진한 글은 적어도 나의 페이지에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저 나의 생각, 나의 감정을 솔직하고 덤덤하게 기록하는 것이 제일 큰 목표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찾아와 읽어주신다면, 아마 나는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을지도 모른다.


두서도 맥락도 없이 글을 쓰다 보니 약간 나라는 작가가 앞으로 써 내려갈 글들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처럼 흘러가는 것 같다. 원래 대학교 수업도 그렇고 첫날에 진행하는 오리엔테이션은 편의를 위해 짧게 진행하고 서둘러 끝내는 경향이 짙다. 이번 첫 글 역시 오리엔테이션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에는 본격적으로 글들을 연재하기에 앞서 미리 전하고 싶은 말은 웬만큼 다 전해드린 것 같다. 그러므로 이번엔 이만 글을 줄이겠다. 마음속으로부터 글의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꾸준하고 비교적 정기적으로 글을 쓸 수 있도록 할 것을 약속하며, 혹시라도 이 글을 찾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렇다면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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