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경제 이야기 9
미국은 빚더미에 앉은 나라인데, 왜 세계는 여전히 미국의 달러를 사모을까요?
이를 알면 왜 우리가 달러 자산을 들고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때는 1944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미국 '브레튼우즈'에서 44개국 대표들이 모였습니다.
“앞으로의 기축 통화는 파운드가 아닌 달러다. 35달러를 가져오면 우리 미국이 금 1온스랑 바꿔주겠다.”
그 순간 세계는 미국의 돈을 금처럼 믿으며 거래 수단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브레튼우즈 체제'라고 부릅니다.
이 체제를 이어오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이 길어지자 미국은 미친 듯이 달러를 찍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눈치챈 프랑스는
"너네 금 보유한 만큼만 달러 찍는 거 맞아? 의심스러운데 더 이상 너네를 신뢰할 수 없으니 당장 금으로 바꿔줘"
라면서 군함까지 보냈습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은 1971년 8월 15일, 갑자기 tv에 닉슨 대통령이 나와
"오늘부로 금태환을 중단한다."
즉, 달러를 금과 같은 준비 자산으로 교환하는 걸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그 한 마디로 달러는 더 이상 금과 연결되지 않고, 정말 종이 쪼가리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달러에겐 큰 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이 위기에서 달러의 지위를 완벽하게 지켜낸 사건이 생깁니다. 바로 1973년 4차 중동전쟁입니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연합이 충돌한 전쟁으로, 미국은 이스라엘을, 소련은 아랍을 지원하면서 세계가 '냉전 대리전'으로 갈라졌습니다. 이에 OPEC 석유 수출국들은 분노했습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도운다고? 그럼 미국에는 석유 수출 중단이다."
그러자 전 세계 경제가 마비 됐습니다. 기름값은 4배 폭등,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이게 그 유명한 '오일 쇼크'입니다. 이때 헨리 키신저라는 미국 외교가가 사우디로 은밀하게 움직였습니다.
"너네 아랍이긴 하지만 주변국들 잘 못 믿지? 우리 미국이 너희 군사적으로 지켜줄게. 대신 석유는 달러로만 팔아라."
그 거래가 체결되던 날, '페트로달러'라는 새로운 달러 신화가 탄생했습니다. 전 세계가 석유를 사려면 달러를 먼저 사야 했고, 달러는 다시금보다 강한 신뢰의 통화가 됐습니다.
하지만 그 페트로달러 체제마저도 현재에 와서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이 셰일 가스를 캐면서 중동 의존이 줄었고, 중국은 사우디나 다른 산유국과 손잡고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해 달러의 담보였던 석유가 달러 시스템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달러 지위가 위안이라는 통화에 의해, 그 자리를 위협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다 보니 사우디나 중국처럼 돈 있는 나라들이 예전처럼 미국채를 사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미국이 달러 지위를 지키기 위해 꺼내든 다음 방법이 바로 ‘디지털 달러’, 즉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입니다. 이미 미국 의회는 스테이블 코인을 미국 채권과 연동시키는 법안인 지니어스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건 “새로운 브레튼우즈”를 꿈꾸며 첫발을 뗀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정말 상용화되는 시기는 언제일까요?
그것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 미국은 국채 이자 상환비와 국방비만 전체 정부 예산의 1/3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대항해시대 때부터 근 500년 간의 역사를 돌아봤을 때, 기축 통화 지위를 누렸던 패권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던 시점이, 국채 이자와 국방비가 정부 예산에 1/3을 넘어가기 시작했을 때부터였습니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와 영국이 그랬습니다. 미국은 현재 그 시점에 와있고,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새로운 타계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만일 스테이블 코인이 세계 금융 시장에 연착륙하고 결과적으로 달러의 수명을 다시 한번 늘릴 수 있다면, 앞으로 달러 자산이 가치는 더욱 폭발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