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준다, 내가 더 커보려고

월요일 아침, 나도 자라는 시간

by 스페셜K

월요일 1교시, 아이들과 책을 읽는 시간이다.

이번 달 교육활동과 관련 있거나 계절, 기념일과 관련된 책들을 주로 고르는 편이다. 목소리도 바꿔보고 표정과 몸짓도 다양하게 해보며 관심을 끌어보려 하지만, 시큰둥한 모습에 기운이 빠질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은 날도 있지만 가끔 까르르 웃어주는 혜수와 다시 읽어달라며 책을 톡톡 두드리는 지성이가 있어 이 시간을 멈추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 달 주제는 [화장실]이다. 화장실의 필요성과 가야 하는 상황 그리고 화장실 욕구 표현하기 등 화장실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과 사용 예절 등에 대해 배우는 달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방귀와 똥만큼 원초적 재미를 선사하는 소재가 없기에 화장실과 관련한 재미있는 그림책들도 많지만, 꼭 읽어주고 싶은 책이 있었기에 빌려온 책이 있다.


권정생 작가님의 '강아지똥' 남들은 볼품없다. 더럽다고 하며 외면하는 강아지똥이지만 나를 녹여내고 아스러지며 결국 한 송이 꽃을 피워내는 강아지똥, 감동적인 이야기에 서정적 삽화가 어우러진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시큰해지는 코끝의 간지러움을 참아내느라 애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길가에 보이는 강아지 배설물을 함부로 대하기 미안할 정도의 애틋함, 또는 경건함이 있었는데 그 감흥을 아이들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남모를 기대감을 갖고 아이들 앞에서 책을 펼쳐 보인다.

강아지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똥 누는 장면을 보며 힘주는 소리를 내자 남우가 배시시 웃는다. 강아지똥을 비웃는 동물들 목소리는 최대한 얄밉게, 고민을 나누는 흙덩이의 목소리는 근심 가득하게 읽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장한 민들레 새싹의 목소리는 덤덤하게 그냥 내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말한다.


"네가 거름이 돼 줘야 한단다."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내 몸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아이들과 눈을 맞춘다.

참 고맙다.


아이들이 있기에

녀석들의 웃음과 환호 때로는 삐진 듯한 표정들이 있기에


선생님도 성장과 변화, 보람과 좌절, 인내와 성취라는 양분을 얻을 수 있다. 그 덕에 교사로 또 사람으로서 나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마지막 페이지를 닫고 다시 아이들 눈을 바라본다.

눈빛이 맛있다.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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