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의 뜻밖의 만남
금요일 오후 3시 50분경
기다리고만 있기 힘들었던지 동료들은 하나 둘 조퇴며 육아시간을 달고 성큼 다가온 주말을 바쁘게 마중 나갔다. 교내 메신저에서 하나 둘 사그라드는 선생님들의 이름을 보며 강영준 선생은 금쪽같은 금요일 오후에 온라인 연수를 신청한 자신을 책망하고 있었다.
"에휴 메슥거려"
전날 마신 술 탓에 머리는 아직도 지끈거린다. 모니터 너머의 강사가 조금이라도 센스가 있다면 슬슬 정리 멘트가 나올 법도 한데, 아무래도 퇴근시간까지 꽉꽉 채워 강의를 진행할 모양이다.
"에라! 모르겠다."
온라인 연수 시스템의 회의 나가기 버튼을 누르고 연수라는 속박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려던 찰나 '꼼짝 마'라고 외치듯 메신저 알림음이 요란하게 울린다.
'금요일 오후인데, 누구지?'
거기 있다는 거 다 안다는 듯 요란하게 반짝이는 상태표시줄의 아이콘을 모른 척하기 어려워 마우스 커서를 움직인다.
"달칵!"
메신저 창이 뜨자 띄우자 [새 메시지 1]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보낸이: 000교장선생님]
교장실로 와주세요!
강선생은 언제 들어도 마음이 가볍지 않은 "내방으로 오세요!"를 시전 당하자 오늘 조퇴하지 않는 것을 두 번째로 후회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지끈거리던 머리는 순간 맑아졌고, 금요일 그것도 오후 4시경에 쪽지까지 보내며 교장선생님이 자신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 급하게 생각해 보았다.
"흐음"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뭐 별거 있겠어?'
아직도 강의를 멈추지 않은 강사보다는 교장선생님 센스가 더 낫길 바라며 강교사는 교실을 나섰다.
"똑똑"
어라! 먼저 와계셨던지 진지한 표정으로 교장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던 교감선생님이 어색한 미소를 띠며 먼저 강교사를 반긴다.
'무슨 민원이라도 들어온 건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갸우뚱하던 것도 잠시, 인자한 웃음과 함께 차를 건네신 교장선생님은 강교사가 찻잔에 입도 대기 전에 입을 열었다.
"금요일이라 다들 일찍 퇴근했는데 강선생님은 아직 학교에 계셨네요?"
"아.. 신청한 연수가 있어서 수강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자기 연찬을 게을리하지 않으시는군요."
"과찬이십니다. 그냥 모르는 게 많아서 뭐라도 주워들으려 신청한 거죠 뭐."
말을 마친 강교사는 혹시 교장선생님이 연수 내용에 대해 뭐라 묻기라도 하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궁리해 봤다. 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 한 시간 넘게 강의를 듣긴 했는데 아직 알코올에서 덜 건져진 그의 뇌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고개 숙인 어느 운전자처럼 깊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다행히 연수 내용에는 관심이 없으셨던지 교장선생님이 곧 화제를 돌렸다.
"오늘 강선생님을 부른 이유는"
말을 잇기 전 교장선생님은 교감 선생님을 지긋이 한번 바라보았다. 교감선생님은 어색한 미소를 띠며 눈썹을 쓱 올렸다 내렸다. 그 모습에 강교사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준비해라. 큰 거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