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깔기

by dy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어제 받은 한 통의 메시지에 나를 찍은 사진을 보았다. 너무나도 이상한, 그리고 내가 아닌 듯한 그 이미지에서 나는 포기하기로 한다. 이건 내가 생각했던 내가 아닌데, 내가 이렇게 생겼을 리 없는데, 이렇게 못생겼을 리 없다고 자기 합리화를 시도한다.


‘이건 찍은 사람이 잘못 찍은 거야.’

‘아니, 이건 그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이상하게 찍힌 걸 거야.’
‘아니, 이건 그 사람이 악의적으로 나를 이상하게 찍은 걸 거야.’

이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사진에 찍힌 것은 ‘나’가 맞고, 그 이상하고, 초라하며 못생긴 사람은 나다. 내가 이렇게 생겼을 리 없을 것이라고 항상 생각해 오던 나의 믿음이 쉽게 부서져 버린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부정을 하지만 그 사진 속의 이미지는 나다.


지금까지 나는 객관적으로 내가 잘생겼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못생겼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단순히 ‘평범하게 생기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라는 그런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렇기에 누군가 “너는 정말 못생겼어”, 아니면 “너보다는 내가 낫지”라는 등에서 그 비교 대상이 된다고 해도,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이고, 내 생각은 ‘나는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믿음, 그 생각이 어제의 한 장의 사진으로 무너져 버렸다. 더 이상 그런 생각을 하고 살기에는 어제의 그 사진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그런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내진 사진을 다시 볼 수 없기에 다시 핸드폰을 끄지만, 기억 속에 그 이미지가 남아 있다. 내 얼굴이지만, 나를 닮아 있지만 내가 아닌 듯한 그런 이미지의 사진 속 얼굴이 계속 남아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키는 작고, 머리는 크고, 이마는 넓고, 머리는 이상하며, 눈은 풀려 있고, 어깨는 좁으며 비율이 비이상적으로 맞지 않는 그런 얼굴이다. 그 얼굴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

자신의 사진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이 찍히거나, 아니면 스스로 사진을 찍는 그런 행동이 너무나도 어렵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자신의 얼굴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한다. 사진을 보는 것과 거울을 보는 건 차이가 있다. 동일하게 나를 비춘다는 의미가 있지만, 거울을 보는 것도 싫다.


그렇기에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 누군가와 눈을 마주쳐도 안 되고, 누군가에게 시선을 주어도 안 된다. 나는 오직 얼굴을 밑으로 깐 채, 눈을 아래로 해서 바닥을 보면서 걸어야 한다.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이든 알지 못하는 사람이든, 그게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에, 더 이상 얼굴을 위로 들고 다니면 안 될 것 같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아도 되지만, 난 다른 누군가를 쳐다보면 안 된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면 안 되니까.


오늘도 사람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그 사람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생각하기 전에, 그 사람의 표정이 먼저 보인다. 뭔가 ‘기분 나쁜 것을 보았다’는 식의 착각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너는 왜 나랑 눈을 마주치는 거야?”

“너 같은 게 나와 눈을 마주쳐?”
“빨리 눈을 다른 데로 돌려야지.”

하는 그런 표정이 내 뇌리에 남는다. 착각인지 실제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착각이 생각에 남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지 눈을 위로, 그리고 사람의 표정을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야.

사람의 눈 속에 비추어진 내 모습을 보기 전에 내가 먼저 고개를 돌리면 되지. 아니, 고개를 떨구고 살면 되겠지. 그러면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일도,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어야 하는 일도,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상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아래를 향해서 얼굴을 내리깐 채,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눈까지 아래로 깔고 앞을 향해 걸어가는 게 좋다. 그래야지 나를 쳐다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칠 일도 없고,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필요도 없으니까.


앉아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 거지? 습관적으로 눈의 초점을 다른 데로 두면, 그때 이상하게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칠 확률이 높기에 이를 막아야 하는데,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게 나도 모르게 얼굴을 좌우로 돌리면서 눈이 마주쳐 버린다.


시선이라는 게 있다. 그러니까, 알 수 없는 느낌이 있다. 그런 느낌이 들어서일까. 내가 머리를 돌리거나 눈을 돌리면 반드시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쳐 버린다. 그러면 그 사람의 표정을 읽어버리고, 그 사람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알아버린다. 분명히 착각이 분명한데, 그 사람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필요가 없는데, 왜 신경을 써야 하는지. 나도 모르게 위축 돼버린단 말이야.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단 말이야.

눈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눈이 마주치지 않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면 좋겠는데, 정말 불가능할까?


지금 내가 있는 장소에도 진짜 많은 사람들이 있거든. 근데, 내가 다른 데 초점을 맞추고 그걸 흘끗 볼 때마다 눈이 마주친단 말이야. 착각이란 말이야. 분명히 착각이야.


그러니까, 그냥 머리를 눈을 내리 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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