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은다리

by dy


다리가 저려온다. 머리가 무겁다. 심장이 띄는 소리가 들린다. 옆에서 대화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귀에 닿는다. 어떻게 저 소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귀에 이어폰을 착용하자. 행동에 나서지만 왜 그 대화 소리는 계속 들리는지 모르겠다.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눈이 감길 거 같다. 눈을 반대편의 창문으로 돌린다. 아침부터 흐린 하늘이 이제는 비로 바뀌어 쏟아지고 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이 비가 그쳤으면 좋겠지만, 그건 내 희망사항일 뿐 실제 그칠지 말지는 모른다.


다리를 꼬아서 그런가, 다리에 피가 통하지 않아서 그럴까, 점점 감각이 사라진다. 다리를 꼬음으로써 감각이 사라진다는 건, 피가 통하지 않아서 저려오는 거고, 결국에는 감각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원활히 통해야 할 무언가가 어떤 것에 막혀서, 이전의 상태를 잃었을 때, 저리고, 감각이 사라지는 것이다. 다리를 꼬듯이, 단순히 꼰다는 행동하나로 나의 다른 감각이 저려지고 결국에 사라지면 좋을 텐데. 그러면 내 머리를 꼬아 버릴 수 있을 텐데. 내 마음을 꼬아버릴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나는 그게 불가능하다.


상상을 한다. 머리를 꼰다. 몸을 꼰다. 그래서 피가 통하지 않고 천천히 어느 한 부분부터 저려오기 시작하며 결국에는 모든 감각이 사라진 상태가 되어버린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것도 듣지도, 무언가를 보지도, 느끼지도 않는 그런 상태가 되어버린다. 상상일 뿐이지만 그러면 좋을 텐데. 상상으로만 가능하다.


육체적으로 꼬을 수 없다면, 생각을 꼬아버리자. 지금 생각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중요한 게 아니라고 꼬아서 생각하자. 그러면 그 생각은 저리고 의미가 사라질 거고, 그러면 결국에는 아무 생각하지 않은 상태가 될 것이다. 너무 좋은데.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좋겠는데, 육체와 생각을 따로 내 범위에 맞혀지지 않는 것들은 모두 버리고 선택 가능한 것들만 선택해서 그렇게 꼬아버리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는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