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초점이 맞지 않는다. 눈에 힘을 주지 않는 한, 눈에 초점이 맞지 않는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쓸데없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서 겹쳐진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닐 텐데, 왜 이미 지난 일에 마음이 쓰이고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에 대해서 의문과 의심이 남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어떻게 해야 했을까.
만약 현재의 내가 그 당시의 나를 대신할 수 있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었을까. 아니면 지금의 나도 그 당시의 나와 동일한 선택을 했었을까.
솔직히 말하면, 아마 지금의 기분, 느낌, 생각으로는 현재의 나도 그 당시의 나와 동일한 선택을 했을 거다. 그렇다면 지금 내 머리곳에서 떠오르는 이 쓸데없는 생각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선택하고, 선택받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남아 있다면, 다시 돌아갔을 때,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현재의 내가 돌아가도 동일한 선택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후회라는 그런 감정이 아니다. 그런데 왜 계속해서 머리에 남아서 어지럽히는 걸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불쑥 그 순간이 떠오른다. 단순히 생각이 들어서 그 생각이 꼬리를 물고서 생각을 일으키는 것에 불가한 걸까. 아니면 내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감정이 있는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떤 것이든 이와 관련해서 더 이상 내 생각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것이다. 거기에 쓸 힘이 남아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