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차

by dy


창밖으로 보이는 동일한 풍경과 동일한 시간의 흐름. 똑같은 곳에 앉아서 마주편에 있는 창밖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이 든다.


창밖을 움직이는 모든 것이 다른 빠르기로 각자의 행동을 취하고 있다.


창문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녹색의 버스가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그 풍경 안에 들어왔다가 사라진다.


다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조그마한 아이들이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웃음기 가득한 얼굴을 띈 채 천천히 이동한다. 1초보다 긴 10초라는 그 시간 동안 잠시 그 풍경 위에 놓인 뒤 이내 사라져 버린다.


동일한 풍경 안에서 어제의 풍경과 오늘의 풍경은 같다. 바로 앞에 놓여 있는 건물과, 매일 세워져 있는 자동차. 그리고 우두커니 서 있는 저 나무 까지도. 어제와 오늘이 같다.


조금의 변화라면 나무의 잎이 조금 붉게 그리고 노랗게 물들었다고 느끼는 정도일까. 동일한 풍경 안에서 조금의 시간의 변화. 하지만 멈추는 것 없이 조금이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알아채릴 수 없을 정도의 정말 조금의 변화로.


항상 앉아서 맞은편의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는 나 역시 조금의 변화가 있겠지. 어떤 것이 변화되었는지 알 수 없겠지만, 변화가 있을 것이다.


마음의 변화든, 생각의 변화든, 신체의 변화든 어느 하나의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어제와 오늘 내가 조금은 다른 위치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미세한 위치의 변화이다.


나는 정말 조금 변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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