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 창밖에서 들어온 빛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데, 방 안 공기만은 그 빛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가움을 품고 있었다. 밤새 뒤틀린 자세로 누워 있었던 몸은 굳어 있었고, 입과 코는 말라붙어 숨을 들이킬 때마다 까슬한 통증이 스쳤다.
이럴 때면 몸이 먼저 움직였다. 의지보다는 습관이 먼저였다. 바닥에 흩어진 옷을 하나씩 주워 앞뒤를 분간하고, 시트 밑에 미끄러져 있던 실내화를 발끝으로 끌어내 신는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마룻바닥의 쿵, 쿵 하고 울렸다. 그 울림은 지금의 나를 유일하게 현실에 붙잡아두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계단을 내려갈 땐 눈을 억지로 크게 뜨고 벽을 더듬어 한 칸씩 발을 옮겼다. 불안정한 몸과 흐릿한 시야는 마치 계속해서 어딘가로 기울어지는 듯한 느낌을 줬다.
아래층에서 담배를 한 대 태우고 밥을 먹었지만 졸음은 가시지 않았다. 몸은 깨어 있는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있었고, 머리는 어느 순간부터 다시 꿈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깨어났을 때 이미 잔상처럼 남아 있던 그 꿈.
고향의 사거리, 소방서 앞.
누군가를 때리고, 짓밟고, 숨이 가쁘게 오르내리고-
119에 전화를 걸어 '여기에 누가 다쳤다'고 말했지만,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마치 어떤 세계에서도 연결되지 않은 듯 무심하고 공허했다.
어떤 이유로 그 폭력을 행사했는지도 모르겠고,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감정만큼은 생생했다. 벗어나고 싶은데 벗어날 수 없고,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아무도 듣지 않는 상태.
그 꿈은 단순한 악몽이 아니라, 어딘가 현실과 이어져 있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을 남겼다.
점심 무렵이 되어도 몸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불을 켜도 방은 밝아진 것 같지 않았고, 책상에 앉아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리는 방금 전 꿈을 떠나보내지 못한 채 밤새 반복한 것처럼 계속 되새겼다. 왜 하필 고향의 그 사거리였는지, 왜 내가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는지, 왜 그 목소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는지.
오후가 되면 조금 나아질까 했지만, 오히려 더 몽롱해졌다.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자니 꿈속 장면이 현실 위로 겹쳐 보였다. 눈을 감지도 않았는데 사거리의 횡단보도 라인이 희미하게 떠오르고, 누군가의 얼굴이 흐린 채로 겹쳐졌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마치 얇고 약해진 필름처럼 흔들렸다.
잠깐 눈을 붙였을 때,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데도 꿈의 기운이 고스란히 따라왔다. 그리고 깨어보니 해는 이미 넘어가 있었다. 방 안이 어둡고, 공기가 더 차갑고, 마음속의 무게는 더 깊어져 있었다.
저녁이 되어도 입맛은 없었다. 커튼을 열어도 바깥공기가 실내로 들어오지 않는 느낌. 어딘가 현실과 단절된 공간 속에 갇혀 있는 듯한 하루였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에서 그 꿈이 다시 떠올랐다. 그 꿈속에서의 나는 누구였을까. 폭력을 가하던 사람인지, 도와달라고 외치던 사람인지, 아니면 그 둘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해 방황하던 존재였는지. 왜 하필 그 장면이 반복되는지, 왜 그곳만 유독 선명하게 각인되는지. 이상한 끌림처럼, 그 꿈을 더 알고 싶어졌다. 마치 꿈이 무언가를 알려주려는 듯한, 혹은 내가 모르는 나 자신을 드러내는 듯한 느낌. 그러면서도 두려웠다. 만약 다시 잠들면, 그 꿈의 다음 장면을 보게 되면- 내가 그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
밤. 침대에 누워 몸을 이불속에 묻는다. 눈을 감으려는 순간마다 그 사거리의 불빛이 머릿속에 스친다. 가로등 아래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응답 없는 수화기,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력.
나는 그 꿈의 의미가 알고 싶었다. 그 안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왜 나를 그렇게 끌어당기는지.... 하지만 동시에 그걸 마주할 용기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잠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찾아올 것이다. 나는 두려움과 호기심 사이에서 어색하게 균형을 잡은 채, 천천히 눈꺼풀을 내린다. 꿈속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