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가스 밸브가 잠겼는지, 창문이 확실히 닫혔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습관이 든 것이. 아마도 처음에는 한 번의 확인으로 충분했으리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것만으로 마음을 놓고 돌아설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지금의 나는 한 걸음을 떼기 전에도 반드시 두세 번씩 반복해서 확인을 한다. 문을 닫은 뒤, 잠금장치를 확인하고 돌아선 후에도 한 발을 떼기 전 다시 돌아서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내가 되어버린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문득, 처음 그 습관이 생겼던 날이 떠오르지 않아 머리가 텅 빈 것 같다. 그저 반복적인 행동의 사이사이에 깃든 불안만이 또렷하게 남아있다. 무언가가 스스로 자아를 가지고 움직일 리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문이 내 의지와 다르게 스르륵 열릴 리도, 밸브가 내 손을 떠난 순간 자의적으로 풀릴 리도 없다. 그런데도 나는 왜, 이미 알면서도 이토록 반복적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한 번, 두 번, 세 번… 열 번을 확인해야 겨우 안도감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잠시뿐, 곧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위화감이 자리 잡는다. 이건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초자연적인 무언가가 일어날 것이라 믿는, 어딘가 허황된 기대일까?
나를 믿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자각하게 되는 순간, 다른 생각이 스친다. 누군가를 온전히 안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아무리 많은 시간을 함께했어도 타인을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사람은 타인뿐 아니라 자기 자신조차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나 역시도 나를 완전히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어쩌면 사람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판단하기에,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자신조차 제대로 모른다. 그러니 나는 남을 평가할 자격도 없고,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도 없다고 느낀다.
이러한 무력감의 끝에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그것은 내가 나를 믿지 않는다는 확신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 보니, 나의 행동조차 신뢰할 수 없고, 남 역시 믿을 수 없다. 내 안에 무언가 다른 존재가 있는 듯, 그것이 내 의지와는 다르게 움직이기에 나는 내 몸조차 제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렇게 내가 나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이 유일한 진실로 남는다.
오늘도 나는 확인을 반복한다. 내 눈으로, 내 손으로, 문이 닫혔는지, 밸브가 잠겼는지, 창문이 닫혔는지를 확인한다. 모든 것이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란 걸 알면서도, 이 행동이 진짜 일어난 일인지 아닌지 확신을 얻기 위해 또다시 확인을 한다.
이 끝없는 확인의 굴레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의심하고, 나라는 존재를 되새긴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또다시 확인하며 마음속 위화감을 겨우 누르려 애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