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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옷

by dy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은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쪽은 질서와 안정감이 느껴졌고, 다른 한쪽은 혼란스럽고 불편해 보였다. 그들 사이에는 벽이 서 있었다. 멀리서 보면 단단한 벽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그것은 옷으로 이루어진 가짜 벽임을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옷들이 빽빽하게 걸려 있었다. 셔츠, 재킷, 드레스,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옷걸이까지. 마치 사람들을 가르기 위해 만들어진 분명한 경계 같았다. 나는 벽 앞에서 멈춰 섰다. 벽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증과 두려움이 뒤섞였다. 손을 뻗어 가장 가까이에 걸린 파란색 옷을 붙잡았다. 천천히 옷을 옆으로 밀어내며 벽 속으로 들어갔다. 빽빽한 옷들이 나를 막으려는 듯 쏟아질 것 같았다. 숨이 막힐 것 같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벽을 헤쳐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두 번째 그룹의 공간에 발을 들였다.


공간의 공기는 확연히 달랐다. 불편한 긴장감과 기묘한 불안이 감돌았다.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들의 표정은 왜곡되어 있었고, 무언가 결핍된 느낌을 주었다. 정상적인 그룹에서 느꼈던 평온함과는 완전히 달랐다. 앞쪽에는 단이 있었고, 단 위에 한 사람이 올라서 있었다. 그는 큰 목소리로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다. 그의 말은 또렷했지만, 그 의미는 혼란스러웠다.


“이곳에 있는 우리 모두는 선택해야 한다!” 그의 목소리가 공중을 울렸다. 선택? 무엇을 선택하라는 걸까?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도 전에 갑자기 방 뒤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끔찍하고 절박한 소리였다. 비명은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했고, 나 역시 본능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내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문이 나열된 곳으로 향했다. 그것은 격리실처럼 보였다. 나는 가장 가까운 문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잠갔다. 숨이 거칠게 몰아쉬어졌고, 심장은 터질 듯 뛰었다. 문을 걸어 잠근 뒤 뒤를 돌아보니 방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차가운 벽, 허름한 책상 하나, 그리고 작은 창문. 창문을 통해 옆방이 희미하게 보였다. 나는 생각했다. "이곳이 격리실이라면 왜 이렇게 허술한가? 여긴 정말 안전한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또 다른 격리실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내가 뛰어들던 순간 함께 도망쳤던 사람이었다. 나는 손짓하며 소리쳤다. "이쪽으로 와!" 하지만 그는 내 말을 무시한 채 다른 방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결국, 그는 나와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단상에 있던 그가 나타났다. 그는 격리실 문 앞에 서 있는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의 눈빛은 이상하게도 냉정했다. 내가 두려움으로 떨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듯,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응시했다.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문을 닫고 다시 잠갔다. 몇 번이고 손잡이를 돌리며 확인했다. "잘 잠겼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 방은 차갑고 텅 비어 있었다. 창문 너머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가득했다. 나는 방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았다. 생각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나갈 방법은 없다. 굶어 죽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아니면 저 비명소리처럼 고통스럽게 끝을 맞이할까?" 두려움과 절망이 뒤섞인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문득 이어폰이 떠올랐다. "이어폰만 있다면 이 모든 소리를 막을 수 있을 텐데. 아무 소리도 듣지 않고, 그냥 누워서 잠들 수 있을 텐데." 그 생각만으로도 위안이 됐다. 소리를 차단하고, 모든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 평온함 속으로 잠기고 싶었다.


어느새 눈을 떴다. 현실이었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방 안은 고요했고, 창문 밖으로 아침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꿈이었지만, 그 느낌은 너무나 생생했다. 마치 아직도 옷의 벽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아직도 단상 위에서 나를 응시하던 그 눈빛이 떠오르고, 뒤에서 들리던 비명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 책상 위에 있던 이어폰을 손에 쥐었다.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생각했다. "소리가 없으면 모든 것이 나아질까?" 그리고 나는 세상의 소리를 차단한 채 고요 속으로 잠겨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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