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대륙 일기

차 타고 신장新疆 속으로 (1)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 지역 여행기

by 칸초

Prologue.


국제 뉴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어쩐지 무섭게, 또 무겁게 느껴질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 오지 중에 오지일 것만 같은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 데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사실 중국에 있는 한국인 사이에는 연휴에 국내 여행을 가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다. 나만 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느 거리, 명소마다 사람이 넘쳐나는 데다 자칫하면 관광지에 들어가서도 다른 이의 뒤통수만 보다 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국경절을 맞이했을 때, 나는 중국에 도착한 지 막 한 달이 되었고 모험심과 도전 욕구가 최대치를 찍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집에 머무는 시시한 선택지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얘기다. 요리조리 궁리하다 결국 대자연의 품으로 가면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농도가 희석(?)되지 않을까 하는 요상한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게 신장 위구르 자치 지역으로의 여행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물론 믿는 구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장 지역은 외국인 통행이 자유롭지 않기에 여행사 패키지를 통한 방법이 일반적이다. 마침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서안西安은 실크로드의 발상지로, 교역로를 따라 연결되는 신장 여행 상품이 나와 있었다. 옛 거상들이 낙타의 등에 올라 하염없이 걷고 걸었을 그 길을, 나도 (18인승 버스로) 따라가 본다.



1. 신기한 것, 익숙한 것, 숨겨진 것


우루무치乌鲁木齐 공항에서 가이드와 만나기로 했다. 서안은 아직 트렌치코트면 충분한 날씨였지만, 하늘을 가로질러 도착한 우루무치는 벌써 싸늘한 공기가 느껴졌다. 다가올 겨울을 미리 엿보는 기분이 들어 어쩐지 웃음이 났다. 여행의 느낌이라는 건 때로는 코끝에 닿는 온도 하나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이번 여행은 쌍둥이 남매와 그 부모, 나, 가이드와 버스기사까지 7명이 함께한다. 아, 엄연히 말하자면 7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고철 동물(?)이다. 넓은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중국 답게 일정 내내 하루에 7~8시간의 이동 시간을 소화해야 했고, 그렇다면 우리의 발이 되어 준 흰색 버스도 멤버로 인정해야 합당할 것이다. 10일 간 쉴 틈 없이 신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으니 動物 맞지 뭐.


우루무치 시내로 들어서자 제법 높은 건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사이로 부드러운 V자를 그리며 날아가는 기러기 떼가 하얗게 반짝이는 모습이 바다 위에 부서지는 포말 같다는 생각을 했다. 뒤로 펼쳐진 설산까지 더해져, 지금 생각해도 무척이나 이질적이면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한편 내게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도 있었다. 모스크와 그 옆으로 솟은 첨탑, 낙타 기념품이 즐비한 거리와 화덕에서 빵과 양고기가 익어가는 냄새가 그러하다. 바로 첫 코스로 도착한 신장 국제 바자르新疆国际大巴扎의 풍경이다.


하지만, 2014년의 요르단으로 돌아간 것 같은 정겨운 착각도 잠시, 곳곳에 세워진 보안 검색대와 삼엄한 공안의 눈초리가 이곳이 어디인지를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알고 보니 몇 년 전에 여기서 큰 독립 시위와 유혈사태가 있었고 이후 보안이 강화되었다고 한다. 친근감은 이내 위화감으로 바뀌어버렸다. 테마파크같이 잘 꾸며놓은 시장의 얼굴과 그 뒤에 숨겨져야만 하는 그늘에 대해 생각했다.


시장에서는 바로 호텔로 이동해 방을 배정받았다. 이렇게 신기하고 익숙하고 숨겨진 것을 지나 첫날이 저문다.




2. 사막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둘째 날이 밝았다. 오늘은 우루무치에서 천산천지天山天地로 이동해 관광하고, 거얼반퉁구터 사막古尔班通古特沙을 횡단하여 아러타이구阿勒泰地区 푸하이현에서 숙박할 예정이다.


중국은 정부에서 관광지마다 등급을 매겨 관리한다. A가 많을수록 꼭 가보세요! 강력 추천합니다! 의 느낌이라고 보면 되는데 천산천지는 가장 높은 5A급 관광지라는 사실. 처음엔 별 관심을 두지 않다가도 나중엔 A 개수에 상당히 집착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어제 시내에서 톈샨 산맥의 일부를 미리 보기 했다면 오늘은 그중에서도 산과 호수가 만나는 풍광이 있는 천산천지에 오른다.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만년설은 물론 군데군데 녹지 않은 눈도 있었다. 그러니까 어쩌면 나는 2024년도의 첫눈을 여기서 재회한 셈일지도 모른다. 아직 떠나지 않은 붉고 노란 단풍과 오래 전부터 머물렀을 하얀 눈, 그리고 파랗게 흘러가는 호수를 눈이 시리도록 양껏 담았다.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이제는 5시간 정도 사막을 횡단해야 한다. 엉덩이가 가벼운 편은 아니라 5시간쯤이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여러 가지 대비를 해 왔다. 그중 하나는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의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는 책이다. 작가는 우주 비행사에게 일어나는 인식의 변화, 즉 '조망 효과'에 주목하고 어떻게 하면 지구인들도 이를 경험할 수 있을지를 탐구한다.


조망 효과의 원리는 간단하다. 상상조차 할 수 없이 커다란 존재인 우주를 마주하면, 한낱 인간은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 뭐든 '나'를 중심으로 인식했던 생각의 틀을 초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 빠져 있다 쉬어갈 겸 고개를 들었는데 저 멀리 달리고 달려도 가까워지지 않는 수평선이 보였다. 사막에서 쉽사리 탈출할 수 없는 이유는 바람이 계속 바꿔 놓는 지형 때문에 같은 자리만 맴돌기 때문이라던 말이 떠오른다. 어느 쪽이든 한 방향으로만 계속 가면 사막에도 끝은 있을 텐데, 작고 낮은 인간의 관점으로는 당장 눈앞의 것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삶의 문제를 맞닥트렸을 때도 비슷하지 않을까. 우주 먼지로서의 겸손함은 유지하되 높고 멀리 보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해 본다. 그러고 보면 대자연 속에 있는 경험도 조망 효과를 일으키기 충분한 것 같다. 페르난도 페소아가 말했듯이, "나는 내가 볼 수 있는 것만큼 크다."


해가 쨍쨍할 때 출발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벌써 석양이 진다. 핑크빛 하늘을 뒤로 오늘 하루도 흘려보낸다.





(2)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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