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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소장 Aug 03. 2022

역지사지와 이심전심

집의 귓속말


집 짓기든 무슨 일이든 가장 중요한 루틴은 일을 하는 사람이나 일을 맡긴 사람이나 서로 믿는 것. 어떤 일을 함께 도모할 때, 서로에게 뭔가 의심하는 느낌을 주는 건 모두의 손해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런 느낌은, 잘 해보려는 순수한 의욕을 사그라지게 한다. 애쓰며 해봤자 까딱 하나 어긋나면 욕먹겠구나, 싶을 때 열심히 하려는 바보는 세상에 없다. 욕 안 먹을 정도만 기계적으로 하게 된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갈등은 대부분 작은 의심과 오해로부터 시작한다. 돈벌이에만 관심 있는 업자가 아니라면, 걱정 의심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잘해서 이왕이면 잘 만들어 보려는 사람들일 것이다.

집 짓다 보면, 집주인은 누구든 팔랑 귀가 된다. 가족의 잔소리, 남의 훈수, 내 안에 또다른 나. 혹시 돈 빼먹는 게 아닐까. 돈 받고 일을 제대로 안 하는 게 아닐까. 덜 주고 일 더 하게 만들 방법은 없을까. 내가 제대로 체크하고 있는 걸까.


내가 지적하지 않으면 제멋대로 굴러가는 건 아닐까. 혼자만의 작은 걱정들은 점점 부풀어 오르고 그러다 보면 불편한 표정이 남에게도 보이기 마련이고, 뭔가 하나 어긋날 경우 분노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작은 집 하나를 지으려 해도 다양한 조력자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여러 마음이 합쳐져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 뭔가 지적하기 전에 판단의 오류, 일의 전후 상황을 살펴보는 것.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잠깐 멈춰서 숨을 고르는 것. 그래서 서로의 마음을 가급적이면 다치지 않도록 헤아리는 것.


사람은 누구나 그렇다. 늘 나만 참고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도 그 이상으로 참고 이해하며 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자주 잊는다. 내가 못 보는 것을 알아서 챙겨주고 양보하고 있다는 것을 자주 잊는다.


서로 입장 조금씩만 헤아려주면, 대부분 서로 미안하다고 할 일.

좀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있을수록 현장은 더 잘 굴러간다.

미안함은 고마움의 다른 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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