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소장 Aug 15. 2022

마당의 경제학

나우랩의 설계 일지

땅값 비싼 도심 지역의 단독주택에서 ‘마당’이란 건폐율(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의 바닥 면적의 비율)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집 전체를 대지 경계선에 바짝 붙여, 외부 꼴은 최대한 크고 반듯하게 취하고 남는 외부를 마당으로 최대한 넓게 확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전략적으로 의도를 갖고 여러 개로 나눈 외부공간의 경우엔 각각의 외부들이 특정한 쓰임을 갖는 편이 좋은것 같다. 그게 집 전체 분위기를 훨씬 풍요롭게 해주기 때문.  


협소한 땅에서 내부 공간과 따로 놀지 않는 숨어 있는 빈 공간 찾기는 고만고만한 단독주택 설계에서 언제나 중요한 이슈다. 물론 쉽지는 않다. 기분 좋은 위요감(圍繞感, 벽이나 나무로 둘러싸여 생기는 아늑한 느낌)을 줄 수 있는 폭과 높이의 비례를 찾아야 하고 크게 하나인 마당이 좋은지 쪼개진 여러 개의 마당이 좋은지 선택해야 하고 크게 하나로 쓸 때 주변 시선은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마당 덜렁 크게 만들어놓고 정작 옆집 눈치가 보여 내 집 마당 마음놓고 못쓰게 되어 방치되는 경우 이를 과연 마당이라 할 수 있을지,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으로 들어가는 게 맞는지 아니면 마당과 상관없이 집에 들어오고 거실을 통해서만 드나드는 마당이 좋은 건지...등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 마당 하나도 제대로 고민하다보면 그에 따라 복잡한 여러가지 설계 이슈들이 나온다. ‘바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따라 집안 분위기가 변하고 삶도 변하기 마련이라.


담달 착공을 앞둔 영덕동 연주가는 도로변 현관 앞과 주차장은 비 안맞는 넓은 포치 개념으로 만들고, 중정같은 마당이 적당한 담으로 분리되도록 했다. 대신에 주방, 식당에서 마당과 바로 연결되는 비 안맞는 야외 거실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단독주택의 멋을 살리는 방법 중 하나는 내부의 방을 만들듯 각각 성격에 따라 바깥 공간을 나누고 그에 맞는 의미를 주는 것이다. 서재, 식당, 거실, 침실....등으로 내부가 만들어지듯 포치, 중정, 정원, 야외거실, 테라스, 루프탑... 등등 외부도 내부처럼 만들수 있다. 그냥 마당 하나로 끝나지 않는 외부 설계는 늘 중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집의 이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