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수필
어떤 집이든 만드는 과정엔
각각 나름의 고민과 사연이 녹아있다.
좋네 후지네 어쩌네 저쩌네 편하게 잡담할수 있는
주변인 구경꾼 입장에서야 그런게 잘 안보이겠지만.
그런 측면에서 비계 떼는
순간은 참여했던 이들에겐 희노애락
교차하는 의미있는 시간.
평당 600짜리든 1500짜리든
동네업자가 했든 건축명장이 했든 그게 어떤집이든
현장마다 돈, 속사정, 바램, 상황이 다르고 변수가 다르니
유아독존식 하나의 모범답안이나 누구 하나의 원맨쇼로 좋은 집은
될수 없다는게 이 직업의 숨겨진 매력 아닐런지.
반생으로 철근 엮는 형틀팀 데모도부터
청소하고 잡짐 옮기는 단순 잡부까지
집 전체를 설계한 건축사부터
현장을 통솔한 시공 책임자까지
지나고보면 크건 작건 건축은 누군가의 작품이 아니라
조율 절충 협력으로 완성되는 공동작업일뿐.
보태지는 손 하나하나 똑같이 존중하는 상대에 대한
역지사지 없으면 돈 많아도 실력좋아도 서로 잘났다며
산으로 가는 현장, 주변에 은근 흔하다는 사실.
결국 건축의 기본은 일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시작하고 태도에서 끝나는 것임을
비계를 털 때마다, 아주 잠깐이나마 느끼곤 한다.
그렇지 않은 일 세상에 있겠냐만.
몇달간 현장을 가렸던 막이 해체되고
이전에 없던 집 하나가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비계해체, 겸손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