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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빌라파티오 이야기 #3

by 최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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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집을 지을것인가



빌라 파티오 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편안한 연대감이 K씨 부부를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느껴졌다는 것. 일이 막 시작되는 순간에 감지되는 이런 느낌은, 건축가로서는 진정성 있는 호의와 응원을 받는 기분이라 출발의 긴장감을 다소 덜 수 있고 한번 해보자는 자신감이 고취된다. 빌라 파티오는 집이 다 지어져서 입주한 후에도 변함없이 이런 분위기가 이어져서 솔직히 약간 감동하기도 했다.


건축가로서 이런 집은 내 일처럼 받아들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내 집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관점은 어떤 일에서든 필요한 태도이긴 하지만 마음 먹는다고 쉽게 되는건 아니기 때문에. ’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의 구절처럼 서로의 진심이 오갈 때 비로서 낯선 가족의 집은 진짜 내 가족의 ’집‘ 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넓은 땅에 작은 집을 짓는 터라 설계 초반 스케치 노트 위에는 땅 위를 굴러다니는 작은 상자가 여럿이었다. 그중 8개의 배치 방식을 정리해서 K씨 부부에게 보여줬다. 각각 무슨 차이인지 설명이 없다면 8개의 각각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어렵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설계 초반의 배치계획은 나름의 기준을 갖고, 중요한 현실적 이슈의 비교를 목적으로 한다.


늘 그렇듯 공사비는 중요한 이슈이고 넓은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단층 주택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웃집처럼 우리 집도 당연히 2층집이겠지 생각하고 있을 클라이언트 입장을 헤아려보는 것도 중요했다. 클라이언트의 관점으로 빙의해서 고민을 대신하다 보면 미처 안 보였던 게 보이기도 하고, 나는 보이는데 클라이언트는 못 보고 있는 부분 역시 알아챌 수 있게 된다. 주택 설계는 결국 거주자의 입장과 시야가 중요하니까. 이런 과정을 통해 건축가와 클라이언트, 각각의 시야가 한 방향을 보게 되고 공통의 관점이 형성된다.


3.jpg 8개의 덩어리


추려진 8개의 덩어리는 두 개의 기준점이 있다. 하나는 형태와 공간,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단순한 모양이지만 건축가의 머릿속은 집의 내 외부 구조가 돌아가고 있다. 어떤 걸 선택하냐에 따라 전혀 다른 집이 될 수도 있다. 두 번째 기준은 돈, 8개 중 4개는 2층이고 4개는 단층이다. 당연히 공사비 차이가 생기는데, 층수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형태에 따른 외벽 표면적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돈은 심플하고 직관적인 기준이다. 자칫하면 뭐가 싸고 뭐가 비싸냐의 비교로 설계안이 결정 나버릴 수도 있다. 그걸 막기 위해 기능과 유지보수, 형태와 공간이 함께 고려대상이 된다. 기준이 돈 하나면 초등연산이지만 두 개 이상이면 선택지는 제곱으로 늘어나고 따져볼 것도 늘어 고차방정식이 된다. 이걸 택하면 저걸 내려놔야 하고 저걸 택하면 이걸 내려놔야 한다.


단층형과 2층형 두 타입 각각 기본형, 중정형, ㄱ자형, 중정+테라스형으로 나누어진 총 8가지 중에서 <단층형 중정+테라스> 타입이 선택되었다. 기능과 유지보수, 형태와 공간 활용에서 다른 비교 대상보다 유리하면서 공사비도 적절히 타협 가능한 수준이었다. 클라이언트가 애초에 생각했던 디폴트 타입은 2층 기본형. 20평씩 나눠 비좁은 두 층을 단순한 박스 형태로 2개층 쌓는 평범한 40평짜리 집이다.


하지만 가장 단순한 2층 기본형도 외벽의 길이는 71미터로 단층형과 비교하면 외벽이 전체적으로 넓었고 2층 공사를 위한 비계 설치비용까지 필요했다. 공사비는 꽤 들지만 형태, 공간은 단조롭고 비좁은 집이라면 굳이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 건축가, 클라이언트 모두 2층 타입은 머리에서 서서히 지워졌고 단층집에 대한 생각이 점점 확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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