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요가복 사드리기
요가 첫 수업 이후 엄마는 나보다 요가 가는 것에 더 정성이었다. 언젠가 밥을 많이 먹고 요가를 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엄마는 이상하게 그런 날은 요가가 잘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저녁 식사량을 반으로 줄여버렸다.
아무리 한 동작을 오래 한다지만 남들처럼 눈 감고 할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나 엄마나 잘하는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고수라고 부른다.)을 따라하는 것에 만족했다. 특히 엄마는 고수와 나를 번갈아 가면서 따라 하느라 늘 안경을 쓰고 요가를 했다. 나는 불편해서 안경을 쓰지 않고 했지만.
나도 이제 요가에 적응이 되었을 때 엄마의 복장에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집에서 입었던 트레이닝 복은 생각보다 두꺼웠고 너무 오래되어서 땀 흡수도 잘 안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요가복을 사드리기로 마음 먹었다.
요가를 다녀와서 식탁 의자에 앉아 물을 먹으면서 나는 엄마에게 스마트 폰을 보여줬다. 5만원 이내로 엄마가 사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했다. (다행히 저렴하면서 질 좋은 사이트를 발견한 상태였다.) 엄마는 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그런 걸 사주냐 하면서 신나게 골랐다. 엄마는 상의 2벌, 하의 2벌 세트로 골랐다. 상의는 크롭보다는 기장이 긴 옷이었고 하의는 조거 팬츠였다. 하의는 심지어 나랑 커플이었다. 엄마가 귀엽다고 생각한 나는 망설이지 않고 주문을 했다.
다다음날 주문한 옷이 왔고 엄마는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좋아했다. 입고 아빠한테 자랑을 하고 엄마 친구들한테도 딸이랑 요가도 다니고 요가복도 딸이 사줬다고 자랑을 했다. 뭔가 몇 년치 효도를 한 번에 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