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로 원더랜드를 찾는 사람들
저번 주 일요일, 잠깐 2025년으로 돌아갔다. 원더랜드 페스티벌 덕분이다. 우천으로 인해 기존 일정이 취소되고, 새로운 라인업과 함께 돌아온 2025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한겨울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기로 가득했다.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과 뮤지컬 팬들의 환희에 찬 마음 덕분일 것이다.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이름만큼이나 환상적인 축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들이 뮤지컬 속 넘버들을 들려준다. 배우에게 연상되는 대표 넘버일 때도 있고, 그간 그가 부르고 싶었지만 선보일 기회가 없었던 넘버일 수도 있다. 유명한 곡과 배우의 조합이 주는 짜릿함도 좋지만, 후자의 경우 다른 곳에서 들을 기회가 없으니 무척이나 귀하다. 이번 원더랜드는 전자와 후자를 모두 충족시켜준 뜨거운 무대들이 이어졌다.
원더랜드는 총 4번에 걸쳐졌고, 나는 가장 마지막 스테이지인 '4악장', 1월 11일 일요일 7시 공연에 갔다. 어머니를 모시고 갔는데, 우리 모녀가 가장 기대했던 무대는 조형균 배우의 무대였다. 서사와 진정성이 느껴지는 목소리를 보유한 조형균 배우를 후반부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첫 무대를 열어주었다. 그다음은 김려원 배우, 김이후 배우의 무대가 이어졌다. 다정한 두 배우의 듀엣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무대 중 하나는 뒤이어 펼쳐진 나하나 배우의 무대다. 나하나 배우가 부른 <Waving through a window>는 올해 여름에 돌아오는 뮤지컬 <디어에반핸슨>의 대표 넘버이다. 남자 주인공의 넘버인지라 젠더 프리 역할로 캐스팅이 되지 않는 이상 여자 배우들이 부를 기회가 없다. 이 자리가 아니라면 듣지 못했을 것 같아 귀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하나 배우의 몰입력 있는 무대에 반했다. 그녀가 캐스팅된 다양한 뮤지컬들 <킹키 부츠>, <라이카> 등을 봤지만 공교롭게 매번 다른 캐스트로 봤던지라 참 궁금했던 배우다. 나하나 배우의 도화지에 선율을 그리는듯한 디즈니 공주 같은 목소리와, 진심이 느껴지는 눈빛이 감동을 주었다. 관객들에게 짧은 멘트를 건넬 땐 부끄러워하다가도 노래가 시작되면 바로 감정을 잡는 모습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다시 만나 반가운 배우도 있었다. 작년 <마리 퀴리>로 만난 박혜나 배우다. 이번 원더랜드 페스티벌에서 박혜나 배우가 부른 넘버들은 모두 내게 익숙했을 뿐만 아니라, 뮤지컬을 더욱 그립게 만들었다. <하데스타운>의 페르세포네가 부르는 <Queen of Underground>, <위키드>의 엘파바가 부르짖는 <No Good Deed>는 특히나 뮤지컬 팬이라면 대부분 사랑해 마지않는 작품들의 넘버들이다. 그리고 이 페스티벌이 아니었으면 못 들어봤을, 박혜나 버전의 <Land of Lola>를 들을 수 있었다.
2막에서는 신성록 배우와 장은아 배우가 등장했다. 키가 큰 배우들 특유의 아우라가 압도적이었고, 잠시 다 함께 헤드윅의 콘서트에 다녀왔을 때는 스트레스가 전부 날아갔다.
장은아 배우가 선사한 마지막 무대 <Finding Wonderland>는 한글 번안이 아니었기에 관객이 가사를 잘 이해하고 곡을 느낄 수 있도록 화면에 가사가 함께 나왔다. 그리고 브랜든 리와 오케스트라의 합주로 완벽한 마무리가 지어지며, 2025 원더랜드 페스티벌이 끝났다.
"꿈꾸고 온 것 같다." 어머니가 집에 온 다음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낯설고 익숙한 넘버들을 들으며 내가 들을 것이 한참 남아있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고,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들도 확인했다. 조형균 배우와 나하나 배우가 다시 재현해 준 <시라노> 무대가, 다시금 시라노의 상징인 달을 올려다보게 했다. 마침 크리스마스트리를 느지막이 정리하는 가운데, 2025년이 지나갔음이 이제서야 실감 난다.
무척 꿈같은 경험을 한 만큼, 다음 원더랜드 페스티벌에 바라는 것도 생겼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넘버와 뮤지컬이 나오면 즐거웠으나 잘 모르는 뮤지컬의 넘버가 나올 때는 해설을 좀 더 바라게 되었다. 배우들이 즉석에서 멘트를 짜는 구조였기 때문에 미처 넘버 이름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처럼 갓 뮤지컬을 좋아하게 된 사람이나, 일회적인 문화생활로 오는 사람들의 경우는 궁금증이 많이 남게 된다. 이 점들이 보완된다면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뮤지컬을 아직 접하지 못한 사람들을 입덕시키는 최고의 방법이 될 것 같다.
*위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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