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국내 유일 카네기 마스터의 <데일 카네기 New 인간관계론>을 읽고

by 채수빈

좋은 사람이란 같이 있을 때 내가 좋은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다시 말해, 상대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사람이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 원칙이 눈에 들어온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이 책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원서'가 아닌, 그 원칙을 실제로 삶에서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 정리한 비법 노트에 가깝다. 저자 홍헌영은 국내 유일의 카네기 마스터로, 전 세계 카네기 마스터들이 매년 워크숍을 통해 원칙을 적용하는 방식과 교육 내용을 점검하는 과정에 함께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그런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원칙을 보다 현실적으로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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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디자인적으로도 읽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핵심 원칙은 큰 글씨로 강조하고, 그 의미와 실천 팁을 나누어 설명한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 예문까지 함께 제시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원칙을 설명한 장마다는 직접 필사나 메모를 할 수 있는 여백을 두어, 원칙을 넘어 실천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책은 카네기의 인간관계 원칙 30가지를 다룬다. 가장 중요한 3가지 원칙, 1~3번은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 원칙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기를 갈망하며 본능적으로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다는 전제로 만들어진 원칙들이다. 이를 이해하면 후술되는 다른 원칙들을 더 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다. 4~9번은 '호감을 얻는 사람'이 되는 방법들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남들이 좋아할 만한 사람이 되면 많은 일들이 순조롭게 풀리기에 중요한 원칙들이라 할 수 있다. 10~21번은 설득, 협력, 협상을 위한 기법으로 '열렬한 협력'을 구하는 원칙이다. 22~30번까지는 리더십과 영향력에 대한 원칙으로, 특히 리더들에게 중요한 원칙들이다. 정확히는 리더들이 이 원칙을 지킨다기보다, 이 원칙을 잘 적용하는 사람이 결국 리더가 된다는 말이 맞겠다.




모든 관계는 사람에 대한 긍정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며 결점이 많은 존재다. 그래서 우리를 긍정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비난을 멈추자. 일단 거기서부터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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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궁금했던 첫 번째 원칙은 바로 '비난이나 비판, 불평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비난은 가장 나쁜 방법이다. 애초에 사람은 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저자는 비난의 마음이 든다면 그만큼 애정의 마음이 있음을 스스로에게 상기하라고 말한다.



이름이 불리는 순간, 사람은 단순히 집단의 일원이 아니라 고유한 인격체로 인정받는다. 진정한 존중은 관념이 아니라 실천이다. 그리고 그 실천은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고 부르는 데서 시작된다.

p.67


한편 가장 깊이 공감한 원칙은 6번째 원칙, '상대의 이름을 기억하라'는 것이었다. 이 원칙을 보며 내가 떠올린 인물은 <오피스>,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으로 유명한 마이클 슈어 감독이다. 그는 독특한 이름을 잘 짓는 것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행인 1과 같은 사소한 배역에게도 이름을 부여할 만큼 이름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의 작품은 작가로서의 뛰어난 재능보다도 리더십에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자유롭게 모든 이들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름을 만들어줌으로써 작품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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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무리 생각해도 와닿지 않은 원칙도 있었다. 23번째 원칙, '잘못을 간접적으로 알게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 원칙이 수동 공격적으로 들렸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출장이 있어 저녁 수업에 참석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 학생(저자)에게 다른 수강생의 사례를 언급하며 점잖게 거절한 선생님의 이야기가 원칙의 예시였다. 예시를 보니 더욱 공감할 수 없었다. 다른 수강생과 왜 비교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너무 꼬아 생각하는 것인가 반추했지만, 애초에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전제가 다소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된 사람은 없다. 카네기 원칙의 대전제를 떠올려보면, 다들 자신의 욕구에 충실할 뿐이다.


이 원칙이 유독 나에게 어렵게 느껴진 이유는, 내가 통제욕이 강한 편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이어지는 24번째 원칙, ‘상대방을 비평하기 전에 자신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라’는 말에는 깊이 공감했다. 나 자신을 성찰하고 돌아보는 능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대인관계 기술은 유용하지만 기술일 뿐이다. 우리는 결국 스스로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존재다.


평소에 내가 실천하려 애쓰는 대화 방식 중 하나는 ‘나 전달법’이다. 이는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사실–감정–바람을 ‘나’를 주어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카네기의 원칙이 원하는 것을 지혜롭게 얻기 위한 자기계발에 가깝다면, 나 전달법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언어다. 그래서 직장에서는 카네기 원칙이, 가정이나 친구 관계에서는 나 전달법이나 비폭력대화가 더 유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옳은 방식이 아니라, 관계의 맥락에 맞는 언어를 선택하는 능력일 것이다.




무엇보다 카네기 원칙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진실한 마음’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원칙이면서 진정성을 말한다는 점은 모순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진정성은 일관성과 반복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카네기 원칙을 실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일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자주 질문해야겠다.

지금 나는 누군가에게 함께하는 것만으로 자존심을 세워주는 사람일까?


#아트인사이트 #artinsight #문화는소통이다


*본 리뷰는 아트인사이트에 기고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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