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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뮤지컬 소개팅

뮤지컬 교양 도서 <30일 밤의 뮤지컬>

by 채수빈

"와, 노래 좋다. 근데 이거 무슨 내용이야?"

뮤지컬을 잘 모르는 친구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를 들려줄 때마다 돌아오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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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뮤지컬 <시카고>와 <킹키부츠>는 각종 쇼츠 영상과 밈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럼에도 이 뮤지컬의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직접 본 사람들 외에는 소수다. 포스터와 유명 넘버는 익숙해도 왜 그 뮤지컬이 인기가 있는지, 어떤 포인트가 매력인지, 대중들은 한 번에 알기 어렵다. 뮤지컬은 직접 보러 가지 않는 이상 그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장르이다. 그런 점에서 <30일 밤의 뮤지컬>은 '나만 모르는 유명한 그 뮤지컬'에 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책이다.


책은 15개의 테마로 나누어져 있다. 각 테마마다 두 작품씩 소개한다. 이름이 익숙한 작품부터 시작해서 처음 들어보는 극까지 다양하다. 저자는 오랫동안 공연문화를 취재해온 윤하정 문화 기자로, 국내외 뮤지컬의 특징과 매력을 균형 있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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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번째 테마는 흔히 말하는 '세계 4대 뮤지컬'이다. 사실 이 명칭은 수상보다는 공연 횟수가 많은 작품들을 가리킨다. 또 다른 공통점이라면, 모두 영국의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가 제작했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많이 공연된 작품이 바로 <오페라의 유령>으로, 책에서도 가장 먼저 소개되고 있다.


의외로 국내에선 세 번밖에 공연되지 않은 <오페라의 유령>은, 그 클래식한 매력 덕분에 후속 뮤지컬들을 탄생시켰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국내에서 5연으로 10주년 기념 공연을 맞이한 <팬텀>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유령', 크리스틴, 라울의 삼각관계 러브스토리를 다루는 반면 <팬텀>은 유령 '에릭'의 생애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책에서도 소개하듯 한국에서는 <오페라의 유령>보다 <팬텀>이 더 자주 공연된 것이 흥미롭다. <지킬앤하이드> 역시 해외에서는 대히트 뮤지컬로 꼽히지 않으나, 국내에서는 '국민 뮤지컬'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스타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지킬앤하이드>는 오히려 국내 버전이 역수출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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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오리지널 뮤지컬, 라이선스 뮤지컬, 국내 창작 뮤지컬들을 고루 소개한다. 오리지널은 런던·뉴욕 제작진과 배우들이 그대로 내한하는 공연, 라이선스는 판권을 사서 한국어로 제작하는 공연, 창작 뮤지컬은 한국 제작진이 처음부터 만든 작품이다. 올해 토니상을 휩쓴 <어쩌면 해피엔딩>도 창작 뮤지컬로 출발했다. <30일 밤의 뮤지컬>에는 아직 <어쩌면 해피엔딩>은 소개되어 있지 않다. 왠지 저자의 다음 책에는, 마침 최근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외쳐 조선! : 스웨그 에이지>와 함께 다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솔직한 개인적인 감상도 전한다. '뮤덕'이라면 자신의 취향과 비교하며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프랑켄슈타인>을 보고 "이 공연을 보고 눈물을 흘릴 줄이야!"라고 말하며, "<프랑켄슈타인>의 가장 큰 매력은 어릴 때부터 익숙한 콘텐츠라서 너무 얕게 치부한 작품의 심오한 깊이를 알게 한 것"이라는 통찰에 큰 공감을 했다. 누구나 자신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 질문하고, 나를 만든 누군가를 원망하고 증오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또한 책에는 QR 코드가 수록되어 있어, 대표 영상과 넘버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나는주로 국내 공연 영상을 찾아보는 편인지라, 방대한 양의 외국 공연 영상들 중 핵심적인 것을 큐레이션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


최근 "관객은 원 캐스트"라는 명언을 들은 적이 있다. 이것만큼 뮤지컬의 매력을 잘 드러내는 말이 없다. 실제로 공연 시작 전 안내 멘트도 "뮤지컬의 주인공은 관객 여러분"으로 끝난다. 그만큼 같은 공연도 관객 분위기에 따라 엄청나게 다르게 느껴지며, 아예 관객의 반응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작품 또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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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러 가는 길에서부터, 관람 후 달라진 자신을 느끼는 순간까지 포함한다면 뮤지컬의 시간은 러닝타임을 훌쩍 넘는다. 특히 인생작을 만났을 때, 그 여운은 평생 남기도 한다. 마치 '뮤지컬 소개팅' 같은 이 책을 읽고, 왠지 모르게 끌리는 작품과 한 번쯤 데이트해 보길 권한다.


<30일 밤의 뮤지컬>에 소개된 뮤지컬들 중, 지금 당장 만나볼 수 있는 뮤지컬들을 소개한다.


이번 달까지는 <노트르담 드 파리> 파리 내한 팀의 오리지널 공연이 있다. 연말에는 <데스노트>, <킹키 부츠>가 새로운 캐스트로 극을 올린다. <엘리자벳>은 실황 영상을 디즈니플러스에 공개했으며 <프랑켄슈타인>은 영화관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대학로에서는 <빨래>와 <김종욱 찾기>가 늘 관객을 기다린다.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되었습니다 :)

#아트인사이트 #artinsight #문화는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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