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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정 Jan 10. 2022

글쓰기 습관이 작가를 만든다

글이 쌓이는 것이 우선이다

요즘 가열차게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글은 쓰지만 블로그에까지 올리지 못했다. 나만 보는 글과 다른 사람이 함께 보는 글은 아무래도 무게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2021년 11월에 생애 첫 블로그를 개설해 놓고 겨우 한 개의 글만 올려놓았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오래전에 덕을 보았던 챌린저스 앱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 챌린저스 앱은 여러 가지 습관에 도전하는 앱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기, 하루 1만 보 걷기, 팩 하기, 청소하기, 책 읽기 등 소소하고, 재미있고, 다양한 챌린지가 많다. 가입하거나 개설하는 것 모두 가능하다. 참가비가 최소 1만 원부터이고, 챌린지를 달성하면 환불과 소정의 보상금이 있다. 달성하지 못하면 못한 만큼의 참가비를 잃게 된다.     

작년에 병증이 시작되고, 투병 생활을 하게 되면서 인터넷을 검색하였으나,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하루하루 다른 증상에 시달리고 있던 내게는 턱없이 부족한 내용들이었다. 치료 일기가 다소 있더라도 나와는 다른 종류의 병이거나 매일 기록한 것은 의외로 없었다.  

   

결국은 나 자신이 스스로 비교 대상이 되어야 했다. 매일매일의 상태를 기록하고, 어떤 치료를 받고, 증상이 어떻게 나아지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살피고 기록을 해야 했다.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소화는 잘되었는지, 볼일은 잘 해결했는지, 기분 상태는 어떤지, 잠은 잘 잤는지 등을 모두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매일 기록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몸 상태가 매우 나빠 글을 쓸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비슷한 내용을 매일 쓴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를 갖기도 하고, 좋은 내용도 아닌데 굳이 기록으로 남겨야 하나 등 나도 모르게 여러 가지 핑곗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가 챌린저스 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호기심 반 당위성 반으로 당장 앱을 깔아 사용해 보았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3일 글쓰기, 그다음에는 5일 글쓰기, 원하는 것이 없을 때는 내가 직접 개설도 해 보았다.     

어느덧 대략 6개 정도의 미션을 완수하였다. 한 개당 2주 기한이니 12주를 한 것이다. 하나의 습관이 형성되는데 3개월 이상이 필요했던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 앱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아니 그 앱은 내게 완전히 잊혀졌다. 그것 없이도 나는 매일 치료 일기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일 조금씩 쓴 글이 A4로 150페이지 분량이 넘었다. 이 정도 분량이면 책 한 권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정말 아무것도 쓸 것이 없는 평범한 날들도 많았다. 그래도 10줄 이상은 써야 한다는 약속에 의해 억지로 생각을 쥐어 짜내어서 글을 쓰기도 했다.   

   

안 되면 일기가 아닌 소재의 글을 써보는 시도도 해 보았다. 예를 들어 프랑스어 방송인 TV5 Monde를 보다가 소더비 경매에서 ‘소녀와 풍선’이라는 작품이 낙찰되는 장면을 보았다. 갑자기 떠오른 영감을 잊어먹기 전에 일기에 써보았는데, 그 덕분에 짧은 글이지만 통찰력 있게 쓴 글이 되었다.     


그런 다양한 글쓰기 작업 덕분에 이제는 소재만 던져 주면 최소한 1,000자 이상은 앉은자리에서 쓸 수 있게 되었다. 생각을 글로 구성하고 표현하는 필력은 타고나지 않아도, 그저 글 쓰는 습관만으로도 충분히 배양되는 것 같다.  재능이 있어도 글을 안 쓰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저 글 쓰는 습관으로 글이 쌓이면 작가가 되는 것이다. 

  

그때의 성공에 힘입어 다시 ‘챌린저스’ 앱을 찾았다. 블로그 쓰기에 익숙해지기 위해서였다. 2주 동안 ‘주 3회 블로그 글쓰기’에 참여하였다. 포스팅을 한 뒤 인증샷을 찍어 올리면 된다. 반드시 공개 발행이 필수라는 것이 내성적이고 소심한 내게는 가장 어렵게 느껴졌다.      


계획만 많고 방만하게 글을 써대던 나는 어느덧 글의 제목에 맞추어 글을 쓰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글을 다 쓰고 나서는 기한에 쫓기어,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과감하게 공개 발행해버렸다. 통과하려면 공개 발행한 부분을 인증샷으로 찍어 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졸작을 만천하에 공개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할 것 같았고, 그러다가 하늘이 두 쪽이라도 날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아무도 내 블로그를 찾지도 않았다. 그러자 점차 뻔뻔스러워졌다.     

 

어느 날 누군가가 들어와 내 글을 읽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너무나 신기하고 감사했다. 더불어 그들이 소중한 시간을 들여 읽을 만한 글이었나 반성해 보게 되었다. 


그런데 어떤 글이 좋은지 가치 있는 글인지 알 수가 없었다. 너무 깊게 생각하다 보니 혼란이 가중되어 오히려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심끝에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좋은 글이 나오려면 '언젠가'까지 글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글이 쌓이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나서 쭉정이를 추려내도 늦지 않다. 반성할 때 하더라도 반성할 글거리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진심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쓰고 또 쓰는 것이 현재의 나로서는 최선이라는 것이다.  

    

블로그 쓰기에 익숙해지고 나서, 지금은 1일 1포스팅에 도전하고 있다. 작년부터 상담 관련 강의를 의뢰받았다. 재직 중이라 할 수 없었으나, 올 초 명퇴를 하니 곧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다. 나의 임상경험이 바탕이 된 책을 써서 강의 교재로 쓰고 싶다.      


계산을 해보니 2,000~3,000자의 글이 70개 이상은 되어야 한다. 두어 달 동안 매일 포스팅을 하면 가능하다. 올해 1월 1일부터 원고용 블로그를 신설하여 포스팅을 시작했다. 오늘이 1월 10일이니 현재 10개를 포스팅했다.    

  

두어 달간 매일 글을 업로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열흘 동안 그래 왔듯이, 나 자신을 시간의 흐름에, 의식의 흐름에 맡기다 보면 분명 어딘가에 도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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