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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보 Oct 04. 2022

엄마가 이혼했다, 마침내 / 4. J여사는 배신당했다

엄마가 이혼했다, 마침내   


4. J여사는 배신당했다      



특별한 계기나 전조는 없었다. 애당초 그녀에게 그런 것들을 발견할 만한 여유도 없었다. 서로 다른 생활 패턴으로 인해 같이 식사하는 일도 드물었으니까. 그러다 우연히 B씨의 핸드폰을 본 이후로 J여사의 마음속에 의심의 불씨가 자라기 시작했다.   


그 불씨가 활활 타오르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B씨는 자신의 잘못을 감추는데 무척이나 서툴렀다. 하지만 무엇보다 J여사의 마음을 까맣게 태웠던 것은 속속 발견되는 사실들보다도 계속해서 변명을 거듭하고 진실로부터 회피하는 B씨의 태도였다.

   

처음 증거를 내밀었을 때 그는 별일 아니라 했다.

다음 증거를 내밀었을 때 그는 그녀가 오해할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증거를 내밀었을 때 그는 그녀가 과하게 반응한다고 되려 비난했다.

모든 변명의 말이 떨어졌을 때 그는 그저 잘못했다며 빌었다.

   

바람직한 사과의 필수조건은 정확한 피의사실의 증언, 더하지도 덜하지도 지나치게 감정적이지 않은 적절한 사과, 그리고 확실한 재발 방지의 약속이다. J여사가 바랬던 것도 그런 사과였다.   


하지만 연이은 추궁에 이어지는 변명과 회피, 계속해서 달라지는 증언에 그녀는 이제 그의 증언도, 사과도, 반성도, 약속도, 그 무엇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J여사는 문자 그대로 미쳐가기 시작했다. 가만히 누워있다가도 갑자기 울화가 치밀어 벌떡 일어나 B씨를 추궁하고 힐난했다. 이미 그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올 수 없음을 알면서도 휘몰아치는 분노로부터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   


B씨는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아둔하게도, 그동안 수없이 겪었던 부부간의 다툼 중 하나처럼 시간이 지나면 누그러지리라 생각했다. 그녀의 반복되는 힐난에 그저 기계적인 사과로 응대했다. 그는 단 한 순간도 그녀가 자신의 삶 일부분에서 일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런 와중에도 그녀가 여전히 자신의 밥을 차려주고 잠자리를 함께하리라 기대했다.   


J여사의 분노도, B씨의 잘못된 상황 판단도 그렇게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됐다.    


J여사가 마침내 집을 떠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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