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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보 Oct 05. 2022

입막음은 민주주의의 방식이 아니다 : 국정감사 미리보기

막음은 민주주의의 방식이 아니다 : 국정감사 미리보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지 어느덧 6개월에 접어들었다. 지지율은 여전히 저공비행하고 있고 더 이상 떨어질 것도 없는지, 지난 막말 이슈에도 비교적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임기 초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이명박 당시에는 소위 강부자(강남에 사는 부자들),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중심의 인사 논란, 미국산 소고기 수입 강행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했었다.   


고 노무현 당시에는 열린우리당과 새천년민주당의 분열에 이은 탄핵 소추 사태가 일어나며 마찬가지 20%대 지지율을 나타냈다.


김영옥 기자(중앙일보, 2018.09.03.)


이외에도 지지율 급락에 영향을 준 사건들은 대체로 유사하다. 인사 논란, 여당 등 내부 분열, 특정 정책의 일방적 추진 등. 현재는 놀랍게도 이런 사안들이 단기간에 걸쳐 모두 등장했으니 지지율 급락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문제는 그에 대응하는 태도이다. 대체로 역대 대통령들은 지지율 급락의 원인이 되었던 사안들을 조속히 정리하고 내, 외부의 갈등을 원만하게 수습하려 노력했다.   


이명박 당시 FTA 재협상을 통해 광우병 위험이 큰 30개월령 이상 소의 수입을 차단하였고, 공약 백지화로 반발을 샀던 충청권 과학벨트, 신공항 유치 등의 공약을 재추진하였다.   


무엇보다 한창 광우병 촛불집회가 거셌던 2008년 6월,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청와대에서 광화문의 시위소리와 노래 ‘아침이슬’을 들으며 자책했다며 반성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전하기도 하였다. 비록 이 발언은 직후 진위 논란에 빠지기는 하였으나 적어도 적극적인 태도의 변화를 내비쳤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급락에 대한 대응 방식은 한마디로 요약해 ‘입막음’이라 할 수 있다. 그 입막음의 방법도 다양한데 첫 번째, 언성 높이기. 두 번째, 침묵하기. 세 번째, 권력 남용을 들 수 있다.   


먼저 첫 번째, 언성 높이기이다. 당선 전후 연이은 논란들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보다는 전 정부, 야당, 다른 후보도 다 마찬가지라며 논란을 논란으로 받아쳤다. 여야가 서로를 ‘내로남불’이라며 언성 높이기 바빴다. 야당인 민주당은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의 과거부터 누적된 각종 스캔들, 구설수 등 리스크를 안고 있었기에 이 방법은 특히 효과적이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식을 넘어, 똥 묻은 개들의 싸움으로 프레임을 전환시켰다.   


두 번째, 침묵하기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가장 파격적이었던 시도는 단연 ‘출근길 문답’이다. 이는 분명 탁월한 선택이었다. 정치인으로서의 활동 시기가 짧아 친숙함이 부족한 대통령이 매일 언론을 통해 얼굴을 비추고, 크고 작은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대통령의 입으로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이미지의 개선, 그렇게나 강조했던 ‘국민과의 소통’ 등은 분명 크게 개선될 수 있었다. ‘잘’ 활용했다면 말이다.

이제 국민들이 출근길 문답을 통해 알 수 있는 명확한 사실은 단 하나이다. 윤석열이 어떤 주제에 대해 대답하기를 회피하는가.   


세 번째, 권력 남용이다. 그 단어가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모두가 들리는 데로 들을 테니까. 가장 적절한 방법은 결과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된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었다. 설사 그 단어가 ‘바이든’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이후 벌어진 논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별개로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고작해야 특정 방송국 물고 늘어지기였다. 수없이 많은 언론사, 심지어는 보수적 성향의 언론사도 같은 문구로 같은 시간에 보도하였는데 왜 하필 한 방송국만 잡고 늘어질까. 누구나 알 수 있듯,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어제는 놀라운 보도가 나왔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개최한 한국만화축제 중 열린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2등에 해당하는 금상을 수상한 풍자만화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정치색이 담긴 작품에 상을 주는 건 부적절하다’며 엄중히 경고했다. 이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만큼 ‘조사를 통해 명칭 사용이나 예산 등 정부 지원 사항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 밝혔다.    


표현의 자유는 너무나 당연하니 넘어가자.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 단체는 수도 없이 많다. 그렇다면 그들이 모두 친정부 성향만 내비쳐야 하는가. 수많은 언론사가 정부 비판 기사나 풍자만화를 게시하고 있고, 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거의 모두가 정부가 수주한 광고를 게시하는 등 지원을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들에게도 ‘엄중 경고’할 텐가?

   

본격적으로 국정감사가 시작되었다. 사실, 안 봐도 이미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위의 세 입단속 방식이 모두 등장할 것이라 예고되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도덕성, 인사 논란에는 전 정부 사례로 맞불 놓기, 김건희 등 불리한 사안에는 대학 총장들 미리미리 해외로 보내서 침묵하기, 누가 봐도 표적 감사인 여당의 MBC 특별감사 요구 등.   


점차 품위를 잃어가고, 수준 이하임을 드러내는 실수 만을 반복하는 탓에 이제는 뉴스를 보기도 지친다.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남은 임기 내내 지금 같이 수세적인 억지 주장을 들어주어야 하는가 걱정이 앞선다.

지인과의 대화 중 ‘차라리 크게 사고치고 탄핵이나 촛불이라도 맞으면 몰라, 이렇게 쪼잔한 사고만 치니 원.’하고 농담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한국 정치가 또 한 번 변곡점이 될 큰 사건을 마주하는 것, 이렇게 점진적으로 수준을 낮춰가는 것 중 무엇이 더 나쁠지는 가늠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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