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이혼했다, 마침내
엄마가 이혼했다, 마침내
6. J여사는 담배가 늘었다.
그녀는 아주 독실한 개신교 집안에서 자랐다. 가족 중 술담배를 즐기는 분도 없었고, 여고와 신학대를 다녀 술이나 담배와는 친해질 기회조차 없었다.
오래전, 그녀는 대학 입학이 확정된 뒤 처음으로 어른스러운 일을 해보자고 친구들과 의기투합했다. 그녀들은 한낮에 종로의 호프집으로 향했다. 난생 처음 접하는 톡 쏘는 보릿물을 이것이 당최 무슨 맛인가 아리송해 하며 홀짝일 때 J여사는 이미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버렸다.
몰래 못된 일을 하다가 예상치 못한 사고라도 겪은 냥 당황한 소녀들은 헐레벌떡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날 유난히 밝았던 해와 그 아래 시간에 어울리지 않게 붉어진 얼굴이 무척이나 부끄러웠다고. 여전히 술 한잔이면 얼굴이 빨개지는 그녀가 깔깔거리며 이야기 해주었다.
그랬던 소녀가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은 술담배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우리 가족이 B씨로 인해 첫 변곡점을 겪었던 시기였다.
당시 그녀는 새로 자리 잡은 직장에서 큰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유일한 휴식은 모두가 잠들었을 때 화장실에서 소설책을 읽으며 줄담배를 태우는 일이었다.
당시의 나는 어린 마음에 엄마가 못된 유혹에 빠졌다고 여겼고, 발칙하게도 그녀의 담배를 몰래 가져다 버렸다. 그날 슬픔, 분노, 당혹감 등이 복잡하게 얽혀 눈물 흘리던 그 얼굴을 나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 탓일까, 나는 성인이 된 후 그녀와 맞담배를 피게 된 일을 무척 기쁘게 여겼다. 우리가 조금 더 솔직하게 서로를 포용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 J여사는 담배가 많이 늘었다.
그녀가 B씨와 별거를 시작한 뒤 우리는 무척 다행스럽게도 동생이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괜찮은 원룸을 구할 수 있었다.
해가 잘 들고, 비교적 넓은 평수에 옵션도 잘 갖춰져 있었으며, 단열도 우수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J여사의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화장실이었다.
화장실 치고 큰 창문이 달려있어 환기가 잘되는 그 화장실은 그녀에게 최적의 흡연 장소였다. 해당 호수가 건물 코너에 위치해 민폐 끼칠 일도 없었다.
그녀는 요새 나보다도 독한 담배를 하루에 한 갑은 거뜬히 태운다. 심지어는 술도 늘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건강은 이미 술담배와 관계없이 곳곳에 적신호가 떠 있다.
조금은 자제하라는 소심한 잔소리를 살살 던지긴 하지만 그 뿐이다. 나는 그녀에게 그 외에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 술담배보다 나은 위로를 해주지 못한다.
나는 그녀를 위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