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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보 Jan 19. 2023

외전1. 나는 우울로 글을 썼구나.

비자발적 전업주부의 우울

비자발적 전업주부의 우울     

외전1. 나는 우울로 글을 썼구나.          



다소 갑작스럽지만 취업이 결정되었다. 계기는 아주 작고 우발적이었다. 당시의 솔직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적자면, 더 이상 X밥 같이 살기 싫었다.     


그동안의 구직활동 중에는 다수의 엄격한 기준을 지켰다. 직주근접, 안정적이고 일정한 근무 환경, 일정한 루틴 등. 제대로 된 경력조차 없는 주제에 기준만 엄격했던 것이 과연 양보할 수 없어서였을지, 아니면 이대로 취업하지 않아도 좋다고 내심 생각해서였을지는 공공연한 비밀로 남겨두자.     


그렇게 바쁜 현생을 보내다 보니 자판 앞에 앉을 시간이 없…지 않았다. 취업은 결정되었지만, 출근은 명절 이후고. 덕분에 지난 몇 주 아주 마음 편하게 놀았다. 그런데 마음이 편해지니 도저히 글이 써지지 않았다. 정확히는 글을 쓸 마음이 들지 않았다.    

 

새삼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우울함을 동력으로 글을 적어왔고, 우울감이 잠시 누그러지니 글이 써지지 않는구나. 글을 쓰려고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 문장 간신히 적고 그만두기 일쑤였다. 글쓰기에 간절함이 없어졌다. 글을 써서라도 뱉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고갈되었고, 그렇게 쏟아내야 할 감정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이 기분이 나쁘지 않다. 글을 쓰던 시간만큼 못다 한 게임과 못다 본 드라마를 즐기고 있고, 글을 읽던 시간만큼 이사할 집이나 출퇴근 루트 따위를 알아보는 지금의 기분이. 비로소 현생으로 돌아온 것 같은 충족감을 준다.     


분량이 너무 적은 줄 알면서도 더 쓸 문장이 생각나지 않으니 이쯤에서 글을 마무리해버리자는 이 사치스러운마음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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