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시제는 주어지지 않았다. 원점에서 나는 어떤 것도 쓸 수 있었다. 그렇게 써야 했다.
나는 정말 글을 쓰고 싶었다. 그것이 동기다. 그것이 목적이고 목표다. 나는 그런 예술가가 되기를 꿈꿨다. 굶어 죽더라도 말이다. 처음부터 나는 그것을 원했다.
아무도 내가 글을 쓸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원가족은 예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통의 가정이 그러하듯. 문예창작과로 진학을 희망했을 때 부모는 오해했다. 공부하기 싫어 내린 결정이라고. 나는 실제로 공부를 못했다. 그렇다고 소설을 쓰겠다는 근거도 부족했다. 그때까지 나는 한 번도 소설을 써본 적 없었고, 글로 수상한 적도 없었다. 주말이면 백일장에 갔다. 주어진 시간 안에 원고지를 채웠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응당 청소년이 써야 하는 글을. 문학 특기자로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심사위원이 생각하는 청소년이 되어야 했다. 뒤늦게 깨달은 나는 미친 듯이 책을 읽었다. 합격을 위해서. 하지만 교수의 소설이라고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다. 읽을수록 그들의 위대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강을 알았고. 그녀는 달랐다.
내가 한 편의 소설도 쓰지 못하는 동안. 강은 두 권의 단편소설집과 한 권의 장편소설, 한 권의 에세이와 한 권의 시집을 발표했다. 아직 나는 그 책을 사지는 않았다.
나는 문득 타자를 멈췄다. 계속되는 주절거림. 나를 얘기하니 나를 멈출 수가 없다. 한 가지 확실했다. 앞으로 나는 무슨 소설을 쓰더라도. 자전적인 소설만큼은 절대로 쓰지 않겠다. 지금 이 쓰기에 상상력은 없었다. 왜곡되었을지 모르는 기억에 의존하기만 한다. 이것은 게으름이었다. 여기에서는 인물도, 사건도, 배경도 없다. 오직 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