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핑크솔트 Oct 22. 2023

애정한 만큼 나의 시간을 갈아 넣다

일반부 영상공모전 출품도전

수정 또 수정!!


우리 반 이용인들은 발달장애인이지만 공모전에서는 모든 작품을 일반부 출품하였다.

장애인부만 따로 영상공모전을 하는 곳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반부는 큰 틀에서 발달장애인을 포함한다고 생각했다.

영상촬영본을 집에 와서 보니 아이들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무슨 대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영상에 모든 대사를 상황에 맞게 자막을 편집하였다. 

이용인들의 대사가 더욱 감정을 가지고 시청자가 몰입할 수 있도록 편집하였다.

주말이면 출근하듯 아이들 아침밥을 차려주고 내 책상에 들어가 똑같은 영상을 몇백 번을 돌려보며 초단위로 편집을 해나갔다. 그렇게 2분짜리 영상을 편집하는 데 하루 꼬박이 걸렸다.

저녁밥을 차려주면서 마무리를 하면서 하나의 영상을 마무리하였다.

이용인들의 표정하나 대사하나 잘 전달이 된 것 같았다.

영상편집이 다 된 후 센터장님, 부센터장님께 영상완성본을 보내드렸다.

실제 영상편집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정말 하루 만에 눈알이 충혈되고 손목이 뻐근하였다.

그렇지만 결과물을 보니 왠지 잘 될 것 같은 기대감이 밀려왔다.



공모전 3번 도전 결과는?


이번 여름휴가는 10일이나 되었다.

센터에서 여름방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휴가에는 코로나 직후 해외여행을 4월부터 예약해서 준비하였다.

정말 거짓말처럼 휴가를 가기 하루 전에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공모전서류가 팀명에 센터이름은 안되고 개인명만 된다고 바꿔서 내야 한다고 도청 주무관이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센터장님도 이미 해외로 가셨기 때문에 휴가 중인 나에게 연락이 왔다.

나도 부랴 부랴 서류를 고쳐서 내고 도청 주무관에게 확인전화를 하고 여행을 다녀왔다.

휴가 중에 일을 시켜서 달갑지는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했는데 상을 주려나 하는 기대감도 왔다.

휴가를 다녀온 후 우리 작품은 최종후보작에 올라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부터는 작은 욕심이 꽤 큰 실제가 되어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소망했다.

10월 초 우리는 도청에서 2등을 했다는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발달장애인으로 학창 시절 큰 상한 번 타본 적 없던 이용인들에게 도지사가 주는 상은 큰 의미를 주었다.

이용인들도 매우 기뻐하며 좋아하였다.

공모전 3번 도전만에 큰 쾌거라고 할 수 있겠다.

공모전 1개는 아직 발표가 나지 않았으니 그것도 좋은 소식을 나름 기대하고 있다.



시 홍보활동과 장애인 일자리 창출


센터장님이 진행시켰던 시 홍보영상은 또 다른 의미의 좋은 소식을 전해 주었다.

센터장님과 영상콘텐츠기획을 하면서 시 홍보영상을 통새 시 차원에서 발달장애인을 홍보대사로 쓰면서 그걸 통새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으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시 홍보활동을 어떻게 할지 샘플링으로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을 샘플자료로 쓰고 싶어 하셨다.

그런 기획에 맞게 시 홍보영상은 숏츠 폼이 아닌 3~5분 정도의 영상을 기획하여 올렸다.

센터장님은 시청관계자를 통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 공모사업에 이 기획서를 제안하셨다.

그 결과 우리 반 이용인과 센터의 문화, 예술 쪽 분야를 합쳐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할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애정했다.

처음 맡은반이고 또한 우리 아이가 오버랩되어 보일 정도로 경계성을 가진 아이들을 보니 남일처럼 일하게 되지 않았다.  수정하고 또 수정하며 아이들이 이것을 통하여서 좀 더 성숙해지고 좀 더 사회와 소통하길 바랐다.


부모님들도 반신반의하며 공모전 출품에 의의를 두자며 시작한 일인데 덜컥 두 번째 일반부 공모전에 2등 수상을 하니 처음에는 좋아하시다가 나중에는 도청 홍보자료로 쓰인다고 하니 반색을 표하셨다.


물론 처음부터 공모전을 시작하기 전 홍보자료로 이용이 될 수 있고 초상권 허락을 받았으나 막상 판이 커지니 우리 아이가 발달장애인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싫으셨던 것 같다.


이해한다. 

나 또한 그런 감정들을 가지고 있었던 적이 있었기에 하지만 무엇보다도 영상촬영을 하면서 아이들이 신나고 재밌게 시간을 보내고 그 일로 일자리로 연결되는 것은 큰 기회이기 때문에 한편으론 부모의 개입이 안타깝기도 하다.


아이들은 괜찮다고 하지만 부모는 아이를 이용할까 봐 겁이 나고 속상하셨을 것이다.

센터장님은 한 명이라도 반대하는 상황이 나오고 속상한 일이 나왔다면 그 사업은 진행시키지 않는 것이 맞다고 하셨다. 


한창 달려오던 나에게는 브레이크가 걸렸다. 

아이들을 위해 애정과 시간을 갈아 넣었는데 아쉬움이 컸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며 조율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영상촬영을 일단 대기 상태로 멈추고 있다.


이 멈춤이 좀 더 길게 갈 수 있는 긴 호흡의 일부분이길 바라본다.

이전 06화 80%의 보람과 기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