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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솔트 Oct 22. 2023

나에게 열정페이를 줘라!!

헌신과 열정 그리고 봉사정신

닥치고 일단 만들자


이용인들과 함께 영상공모전을 열심히 만들고 그리고 이용인들과 시 홍보영상을 만들며 소소한 행복과 자존감을 키우며 시간을 보내던 중 시에 제안했던 센터 기획서가 채택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시에 좀 더 많은 샘플자료들이 필요했던 센터장은 갑자기 올라왔던 자료가 적으니 더 만들어 주길 바랐다.

갑자기 데드라인이 잡힌 일정에 미친 듯이 시나리오를 쓰고 시나리오에 맞춰 영상촬영을 했다.

무사히 시간에 맞춰 5건 정도를 더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릴 수 있었다.


그러자고 2주간 주중에는 퇴근 후에도 영상편집을 하고 주말 내내 엉덩이에 쥐가 나고 눈알이 빠질 것 같고 손목이 나갈 것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현타가 왔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지? 

나의 보람과 기쁨은 2주간의 고강도의 잔업으로 날아가버릴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일단 이용인들을 애정했기에 이 영상촬영본으로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 우선이었다.

센터장과 페이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고 진행하였다.

당연히 센터장이 먼저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는 영상제작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러던 중 여름에 출품했던 공모전에서 2등을 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져 왔다.

좋은 소식에 더 좋은 소식으로 일자리 창출의 소식도 들렸다.

나는 지금까지 이용인들과 1년간 했던 노력과 시간들이 보상받는 것 같아 기뻤다.

센터장님은 나를 불러 이번 공모전 상금에 대해서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면서 말씀하셨다.

" 발달장애인 친구들은 항상 받는 것에만 익숙해 있고 사실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도 많기 때문에 기부라는 것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상금은 전액 친구들 이름으로 기부하면 어떨까요?"

나는 정말 기부를 한다는 것은 생각을 못했는데 이용인에게 뜻깊은 경험일 것 같아서 동의를 하였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고강도의 잔업에 대한 보상을 은근히 물어보았다.

"원장님 혹시 저는 영상편집을 하면서 썼던 시간에 대한 보상은 없을까요? 갑자기 많은 영상을 한꺼번에 올리면서 2주간 거의 잘 못 자면서 일했습니다." 하며 볼멘소리를 하였다.

"선생님 여기는 영상제작하는 곳은 아니잖아요.  사회복지사라는 곳이 원래 잔업이 많은 곳이에요. 그런 거 다 따지면서 일하려면 어려워요. 휴.... 기본적으로 헌신과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곳인데..."

당황스럽다는 센터장의 대답은 가슴이 턱 하고 숨이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결국, 열정페이를 주었지만...

 

헌신과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최저시급자 계약직 사회복지사도 아닌 제공인력....

아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은 수동적으로 딱 시키는 일만 했구나...

나는 왜 이렇게 열정을 다해서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었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은 나의 열정을 조금씩 갈아먹고 있었다.


센터장님도 나와의 대화가 영 언짢고 찝찝했는지 추석을 빌미로 성과급을 넣어주셨다.

"선생님 원래 이런 거 안 주는 게 우리 센터방침인데 이번에는 특별히 넣었어요."

"네 감사합니다."

특별히 넣어준 열정페이였다.

다음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돈이 중요하냐고 물으신다면

그 돈은 없어도 무방하다.


일종의 나의 헌신과 열정에 대한 인정을 원했던 것 같다.

열정페이를 받았지만 인정은 날아간 것 같다.

이렇게 나도 결국 수동적 선생님으로 조금씩 변할 것 같은 생각에 씁쓸하였다.


그렇다.

헌신,열정,봉사정신에는 절대 페이가 없다.

사회복지사에게는 열정페이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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